매일신문

[매일춘추] 대용차 효능을 아십니까

며칠 전 깊은 산골 마을에서 아주 어린 쑥을 준비해 쑥차의 향과 맛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어떤 분은 쑥차 한모금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또 다른 분은 예전 시골에서 봄나물을 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날 모인 분들에게 쑥차 한잔은 봄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나라 산천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그런 식물로 만든 쑥차는 인삼차, 대추차, 생강차, 유자차, 오미자차, 오가피차, 구기자차, 산초차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용차('대용차'란 동백나무과인 차나무의 잎을 따서 만든 녹차, 홍차, 흑차, 발효차 등을 일컫는 차와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말이다) 또는 건강차에 속한다.

게다가 쑥차는 한국의 허브차로 불릴 정도로 많은 대용차 중에서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쑥차는 천연해독제, 소화촉진, 지혈작용 등의 기능을 가진다. 옛말에 '100여 가지 병에 쑥만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쑥은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오늘날에도 식용 및 약용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때는 곱게 다진 쑥과 밀가루를 함께 반죽하여 쑥전을 만들어보면 그 맛이 별미다. 그 밖에도 쑥은 승용차 안이나 냉장고 속의 잡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쑥의 효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쑥차를 만들어 그 찻물을 음용하는 것이다.

쑥차를 만드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초봄에 부드럽고 연한 쑥을 캐서 깨끗이 손질해 씻은 후 그늘진 곳에 말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린 쑥을 한지에 곱게 싸서 그늘진 곳에서 공기가 잘 통하는 상태로 보관한다. 그리고는 필요에 따라 조금씩 꺼내어 그때 그때 우려마시면 된다.

쑥은 이처럼 귀한 것인데도 너무 흔해서 우리는 그 귀함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길가에서 캔 쑥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기 십상이다. 쑥차를 만들 때는 인적이나 차량 통행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자란 어린 새순을 이용해야 그 풍미와 효능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녹차와 쑥차를 1대 1의 비율로 섞어서 음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쑥차의 풍미와 효능을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화순(유빈 차명상 예절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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