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거있는 건강상식] 폐암, 男90%, 女80% 담배로 인해...

지난 1월 25일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1차 선고에서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관계는 인정하지만, 제품에 결함이 있다거나, 사망자들의 흡연이 니코틴 때문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폐암 흡연자에 대해 담배회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단순하게 '폐암 흡연자들의 죽음에 담배회사가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담배회사가 특별히 나쁜 일을 한 것이 아니고, 다른 원인 때문에 암이 생겼을 수도 있다. 폐암이 담배의 책임은 있지만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으면 너무 많은 문제가 생기므로 책임을 유보했다.'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담배가 남성 폐암의 90%, 여성 폐암의 79%를 일으키며, 사람에게 생기는 모든 암의 32%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믿을 수 있는 연구로 증명된 사실이다.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흡연자가 폐암이 생겼다면 담배 때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담배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판매 제품 중 암을 일으키는 것이 인정되는 데도 인기리에 꾸준히 팔리는,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마일드'나 '라이트'라는 말을 붙여 담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겉포장은 결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담배의 피해를 알고 담배제품을 살펴보면 공공연하게 판매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 담배회사는 민영화 이후 인기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상상예찬' 같은 기업 이미지광고를 진행하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에 흡연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젊은층에 인기가 있는 농구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폐암에 걸린 흡연자에 대해 담배는 책임이 있지만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조금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가진 수많은 피해자가 모두 소송을 제기하여 배상을 받는다면 담배회사는 폐업해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판결을 보고 담배회사가 이겼다거나 담배가 폐암에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담배는 확실히 폐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암, 뇌졸중, 심장병, 폐질환의 원인이다. 건강을 위해서, 암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행동이 금연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대현(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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