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직 하는 날
김세환
한 평 남짓 외로움이
창가에 서성이고
아직 낯선 이른봄은
심기가 불편하다
낙향한 여린 햇살 몇 점
발끝에 와 머문 아침.
새 봄맞이
새 모습들이
깃발 따라 쓸려간 후
버려진 휴지처럼
발에 채는 추락한 자존
괜스레
접었다 펴는
해 지난
낡은 수첩.
시인은 작고, 여리고, 슬프고, 창백한 존재들을 주목합니다. 주목할 뿐더러, 따뜻이 껴안습니다. 그것이 감성에 녹아드는 서정의 힘을 동반합니다. 생활인으로서, 혹은 도시인으로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상적 상념과 권태도 그 속에서 나옵니다.
이 작품은 한 평 남짓한 일직의 공간에서 느끼는 존재의 지형입니다. 창가를 서성이거나, 괜스레 수첩을 접었다 펴는 모습에서 하릴없는 존재의 외로움이 묻어나지요. 그런 정서적 반응은 버려진 휴지처럼 '추락한 자존'이 '해 지난 낡은 수첩'과 등가를 이루는 데서 한껏 고조됩니다. 명사형으로 툭툭 끊어 친 결구도 한몫을 하는군요.
이른봄을 배경으로 한 데서 세상에 대한 어떤 전언을 읽을 수 있을까요. 문제는 그런 봄이 사뭇 낯설고 심기마저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기실 봄의 희망은 삶의 허기와 같아서요. 채워도 채워도 끝내 채워지지 않는 드므 하나를 남기기 일쑤지요.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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