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의료법 개정 반대 집회는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진료공백을 피할 수는 없었다. 대구'경북에서도 2천600여 명이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는 등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57%(2만8천여 곳)가 휴진하는 바람에 애꿎은 환자들만 고생했다. 외국인 응급 환자 1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2000년 의약분업 때와 같은 혼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집회 참여 의원들은 미리 환자들에게 여유분의 약을 처방하는 등 나름대로 대처를 했고 대형 병원 등이 정상 진료를 한 덕분이다. 하지만 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 몰려든 환자들은 진료상 적지 않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달 22일 의료법 개정안이 예고됐을 때부터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도 불구,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무조건 밀어붙일 자세였고 의사들은 개정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소리높여 왔으니 물과 불일 수밖에 없다.
이날 4개 의료단체들은 의료계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면허증 반납 등 전면전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25일 입법 예고기간이 끝나면 수순대로 법 개정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4월 중에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내세운 양쪽 모두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료법 조항보다 문제를 이렇게밖에 풀지 못하는 정부의 갈등 해결 능력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 예고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양측의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탓이다. 의료계 역시 온건한 갈등 해결책 마련에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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