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도 '기자'] 마라톤

이번 주 '나도 기자' 코너의 시민기자는 한성춘(55) 외환은행 대구경북본부장입니다. 그는 말 그대로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벌써 7년째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0km 달리기를 한 뒤 출근합니다. 지난 10년간 외환은행 아마추어 야구선수 및 감독을 맡으면서 금융단 아마추어 야구 우승을 일궈냈으며, 매년 5차례씩 마라톤에 참여해 3시간 40분대 기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골프도 수준급입니다. 어느 누구와 어느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해도 80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은행서비스의 기본은 고객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기분좋고 풍요롭게 해드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직원 각자의 정신이 항상 건전하고 맑게 유지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본부장이 원래부터 마라톤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여파가 몰아쳤을 때 당시 본점 여신기획부에서 팀장 역할을 하던 그는 계속된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신체 곳곳에서 이상증세를 느꼈습니다. 자칫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그는 아무리 바빠도 10시, 늦어도 11시 이내에 취침하고 5시에 기상,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 째이던 지난 2001년 10월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첫 풀코스에 도전해 4시간 27분만에 완주했습니다. 또 지난 2005년 10월에는 100km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마라톤 완주만 이미 25차례가 넘습니다. 다음달 7일 외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전직원 250명과 함께 경주벗꽃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단체 참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한성춘 시민기자(외환은행 대구경북본부장)

골프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고, 마라톤은 가장 즐거운 운동이다. 축구는 연애고, 야구는 결혼이다. 운동이 우리의 심신을 발달시키는 부위가 다르듯이 조금씩 매력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운동이나 우리를 흠뻑 빠지게 하는 그 무엇을 갖고 있다. 그 중 매일 즐겁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이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을 달린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다.

이른 새벽 와룡산 기슭에서 서울대공원에서 매일 아침 10km달리고 출근하기를 벌써 6년.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면서 맑은 정신, 건강한 몸으로 어제 해결 안 된 여신결정, 영업본부내 지점장 및 직원의 이동결정 등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결정 사항도 새벽에 달리면서 생각하면 정리가 잘되고, 시행착오도 적은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 새벽 달리기는 종교행사이고 참선과정이다.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고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라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꿋꿋한 정신력의 원천이다. 끝없이 샘솟는 열정과 신명의 원천이다. 이것이 달리기가 주는 마력이다. 달리면서 생각하면 안 될 것이 없다.

◇ 마라톤 준비 요령

국내에서 연간 370여개 각종 대회가 열릴만큼 마라톤은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웬만한 규모의 직장마다 마라톤 동호회가 결성될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 하지만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을 달려야하는 42.195km는 결코 쉽사리 도전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처절한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만큼 정신력이 중요한 운동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봄철은 그동안 미뤄왔던 운동을 하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 그 중에 달리기는 겨울철 움추러들기만 했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가벼운 달리기는 허리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켜 만성요통과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그러나 걷기에 비해 체중의 2~3배 정도의 하중을 허리가 받는데다 비만일 경우 무릎, 발목 등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기초체력이 약하다면 빨리걷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라톤보다 부상, 관절, 심폐에 무리가 적다.

시속 6~8km 정도가 적당하며, 뛰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라톤에 도전할 경우, 처음부터 거리 욕심을 내기보다는 매일 일정 시간을 뛰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는 다이어트한다고 무작정 달리지 말고 기초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10㎞ 완주에 도전한다. 1주일에 4일 이상 달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속도는 의식하지 않고 하루 40분 정도 뛴다. 이렇게 3개월 정도 준비하면 10㎞ 완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차츰 운동 시간과 거리를 늘려 훈련한다.

하프코스 도전은 10km 뛰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긴 거리로 느껴진다. 훈련 방법은 1주일에 최소한 5일 정도 달리기와 산악 달리기, 긴 거리 조깅 등을 하는 것이다. 싫증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 100분 이상 조깅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뒤 완주에 도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풀코스는 마라톤의 꽃이다.

거리는 하프코스의 배. 하지만 고통의 강도는 최소한 10배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그렇게 힘든 만큼 마라토너들은 달콤한 고통을 갈망하면서 풀코스를 뛰는지도 모른다. 풀코스는 하프코스에 익숙해진 다음에 최소한 1년간의 꾸준한 훈련을 통해 몸의 근력이 생겨야 도전할 수 있다. 때문에 풀코스 도전에 앞서 스스로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섣부른 도전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훈련 방법은 거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 3주에 한 번씩은 40㎞ 이상씩 달려보는 것이다. 또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강박 관념을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 이와 함께 평소에도 1주일에 5일, 80㎞ 이상씩 달리는 훈련을 통해 꾸준히 자기를 관리해야 한다.

◇ 달리는 금융맨

은행권에는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은행 마라톤 동호회마다 수백 명이 활동하고, 한두차례 마라톤 완주로는 명함도 못내밀 판이다. 국민은행 이명열(47) 팀장은 지난 1996년 첫 완주 이후 10년간 무려 115회나 42.195㎞를 뛰었다.

SC제일은행 김대윤(48) 지점장은 전세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에서 철인3종 경기(아이언맨 경기)를 완주한 '3대 철인' 중 한 명이다. 철인3종 경기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내에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마쳐야 하는 인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스포츠다.

그는 2002년과 2004년 두차례 도전에서 모두 성공했다. 신한은행 황선용(44) 차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한민국 종단 537㎞(부산 태종대∼임진각)를 완주했다. 2001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4㎞를 횡단했고, 이듬해에는 200㎞에 이르는 제주도를 일주했다. 2003년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43㎞를 달렸다.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두 차례 종단, 한 차례 횡단,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울트라마라톤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셈이다.

김영아씨가 홍일점으로 참가 중인 외환은행 마라톤클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1년 10월 당시 대구 성서지점장을 맡고 있던 기자를 비롯한 직원 7명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는 32명이 출전해 2명이 '서브 3'를 달성했고, 지난 2005년 10월 100㎞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도 3명이나 완주했다.

◇ 마라톤계의 '얼짱, 몸짱. 맘짱' 김영아씨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린 18일 오전 8시, 서울 세종로 출발점에서 김영아(33.외환은행 광고디자인팀) 씨를 만났다.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얼짱, 몸짱, 맘짱'으로 소문난 김 씨는 공식 기록이 남아있는 마라톤 대회만 무려 88차례 참가했다. 10km, 하프, 풀코스 등에서 1위 기록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 매일신문 '나도 기자' 코너에 인터뷰 기사를 쓰기로 했다는 말에 "열심히 뛰어야겠네요. 본부장님도 힘내세요. 저랑 함께 뛰면서 인터뷰 하려면 힘드실텐데요."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놀라운 기록을 가졌지만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만 4년. 지난 2003년 5월 협심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의 어버이날 선물 마련을 위해 우승 상금 30만 원을 노리고 금융노조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에 첫 출전했다.

당시 그는 외환은행 남가좌지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월 10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딸 넷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한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척추 뼈가 내려앉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언니들이 모두 결혼한 98년 이후 막내인 김 씨가 월급의 절반 정도를 치료비로 대며 어머니를 봉양해 왔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결혼도 미뤘다. 그런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며 무작정 출전한 첫 대회에서 그는 덜컥 1위로 골인했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는 그는 달리기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됐고, 이후 '효녀 마라토너'라는 애칭도 갖게 됐다.

기록도 나날이 향상됐다. 지난 2004년 10월 춘천 마라톤 풀코스에서 3시간13초의 기록으로 마스터스 2위에 올랐고, 2005년 10월 MBC챔피언십 대회에선 2시간58분9초로 남성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 3'(3시간 이내 주파)를 달성했다. 2006년 3월 26일 창원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5분04초로 자신의 풀코스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과 함께 인생도 180도 달라졌다. 포털사이트에 팬카페(cafe.daum.net/marathon1004)가 생겨 현재 회원이 2천200여명에 이르고, 영화 '말아톤'에서 지쳐있는 주인공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며 격려하는 마라토너역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유명세를 타면서 은행은 그를 본점 홍보팀으로 발령내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로버트 팰런 당시 외환은행장도 2005년 4월 열렸던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그가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씨는 요즘도 하루 5시간씩 운동한다. 출근 전인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15㎞(2시간)를 달리고 퇴근한 뒤에는 마라톤 동호회원 20여명과 남산 일대(2시간)를 뛴다. 선식으로 점심을 마친 뒤 다시 1시간을 뛴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로 복근과 상체 단련에도 열을 올린다. 상체가 튼튼해야 잘 달릴 수 있기 때문. 점심만 선식으로 해결하는게 아니다. 식사 시간이 아까워 하루 세 차례 선식으로 대신하고, 밥은 모든 운동이 끝난 밤 10시쯤에 한 번만 먹는다. 마라토너에게 달리는 이유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말로서 설명할 수 없기 때문.

그는 마라톤 예찬론자가 됐다. "마라톤은 신이 내린 보약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꾸준히 달리기하면 심장이 강해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져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장수를 보장해 주는 웰빙 운동인 셈이죠." 그에게 마라톤은 단순히 건강을 지키는 운동 이상이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 사는 그는 "마라톤을 하기 전만 해도 '왜 이렇게 인생이 힘들까'라는 불만을 늘 가졌는데, 요즘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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