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포도 농가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외국산 포도에 맞서는 전략은 각각 다르다.
현재 우리 농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 품질 향상과 경영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원한다. 일부 농가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품질 포도 생산에 일생을 걸기도 한다.
경북 군위 의흥면 파전리에서 '가나안 포도원'을 운영하며, '껍질째 먹는 유기농 포도'를 생산하는 백경천(48) 씨는 후자에 가깝다. 백 씨는 1984년부터 포도를 생산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포도농이다. 고향이 경산이지만, 1989년 포도 농사를 위해 이곳으로 이사왔다.
숱한 발품을 들여 어렵게 연 농장이었지만, 이사 후 몇 년 동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기후와 토질이 포도재배에 맞지 않은 데다 예기치 못한 늦서리까지 겹치면서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
백 씨는 1996년부터 노지 재배를 포기하고, 비닐하우스 600평을 지어 시설재배로 전환했다. 품종도 켐벨얼리 위주에서 거봉으로 바꿔 친환경 유기농을 시작했다. 유기농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1995년 4박5일간의 자연농업교육을 받고 난 이후부터다. 백 씨는 "자연농업교육을 받으면서 감명을 받았으며,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시설 재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노지 때보다는 좀 나아지는 듯했지만, 비닐하우스 고온 영향으로 노지에서 볼 수 없었던 병해충 피해가 더 심하게 나타났다.
농약을 살포하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포도 껍질과 씨는 특히 몸에 이로운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껍질과 씨를 발라낼 필요 없이 몽땅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일생을 걸었지요."
백 씨는 이 같은 신념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2003년 군위군 유기농 1호에 선정됐다. 백 씨는 포도즙(주스 1ℓ에 1만 원)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병해충이 눈에 띄어도 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다 보니 수확을 바로 앞둔 포도가 몽땅 내려앉는 경우가 잦자 궁리하던 끝에 생각해 낸 것이 포도즙이다.
그는 또 포도 색택이 웬만큼 들어도 당도가 18도 이상 오르지 않으면 수확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확량이 일반 포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유기농 포도가 일반 포도에 비해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 씨의 껍질째 먹는 유기농 포도는 현재 전국 유명 백화점과 생활협동조합, 인터넷(www.100podo.com)을 통해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문의 054) 382-8799.
군위·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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