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학생 된 박순봉 前 청도군의원 '화제'

"너희들, 저분을 어떻게 부르니?" "아 해결사 아저씨요! 이사장님이라고도 불러요."

청도 금천면 금천중학교 1학년 1반 교실. 33명의 학급친구 중에 눈에 확 띄는 학생이 한 명 있다. 주름진 얼굴과 희끗희끗한 머리에 넥타이 맨 교복으로 꼿꼿하게 앉아 있기 때문.

바로 청도군 2대, 3대, 5대 군의원을 지낸 박순봉(56) 씨다.

"오늘 결의를 할 예정입니다. 부모님들이 허락하면 소싸움대회에 같이 가기로 한 약속 말입니다." 급우들에게 친구이자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 강유진(14·금천면 동곡리) 양은 "교재구입 등 도시로 나가야 하는 어려움 등을 일괄 해결해 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렇다고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90도 직각인사는 물론이요, 교실청소는 언제나 솔선수범이다.

박 씨는 공부도 열성이다. 처음으로 코피를 흘리고 있다고 했다. "영어와 수학이 가장 어려워요. 그 어려운 선거판에서도 힘든 줄 몰랐는데 학교 공부 때문에 새벽 1, 2시를 넘기기가 일쑤여서 너무 힘들어요."

담임 엄지혜(29) 교사는 "박순봉 학생은 집의 아버지와는 두 살 차이가 나요. 많이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도리어 철부지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 고맙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 측도 처음엔 곤혹스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름은 어떻게 부르며,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동준(61) 교장은 "지난해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했으나 진짜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가 사회복지법인 산동재단 이사장인 점을 고려, 학생들은 '이사장님', 교사들은 '박순봉 학생'이라고 호칭을 정리했다고 귀띔했다.

초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박 씨는 "못 배운 한(恨)도 있지만 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해 검정고시를 마다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죠. 중학교만 졸업하면 외지로 나가는 분위기에서 내 고장 학교로 보내는 풍토 조성을 위해 마음을 먹었습니다."

박 씨의 말대로 청도 산동(금천, 운문, 매전)지역에서 고교는 금천고가 유일하다. 그러나 해마다 학생이 빠져나가 고교는 한 학년 2학급을 넘기지 못한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박 씨에게 다른 의도는 없는 걸까? "지역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학교 측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냥 '박순봉 학생'일 뿐입니다." 박 씨의 다짐 아닌 다짐이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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