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新택리지

조선 후기 실학자 李重煥(이중환: 1690-1756)이 1751년에 펴낸 '擇里志(택리지)'는 조선 팔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담은 지리서다. 실학자 李翊(이익)의 제자로서 장래가 촉망되던 그는 장인이 士禍(사화)에 관련돼 처형된 후 귀양살이를 했다. 이후 30여 년간 전국을 방랑하며 팔도의 지리적 환경과 인간 생활의 관계를 연구, 저술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四民總論(사민총론)', '八道總論(팔도총론)', '卜居總論(복거총론)'등 3편으로 구성된 이 저술에는 각 지방의 지리적 특성과 풍속, 사회 인물 등을 결부시켜 논했다. '택리지'는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저술된 현대적 의미의 지리서이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저술됐고, 근대 한국의 지리학 및 사회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古都(고도) 대구의 거리, 건물, 생활변천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가이드북이 나와 화제다. 대구의 문화예술시민단체인 '대구거리문화시민연대'가 펴낸 '대구 新택리지'.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100여 명의 조사원들이 대구의 구석구석 골목길 2천km를 걸어다니며, 1천여 명의 시민들과 인터뷰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됐다. 580쪽의 이 책은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음에도 무심하게 지나쳐 왔던 향토의 각양각색 모습들을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역사의 숨결이 서린 전통 공간과 古宅(고택), 근대 건축물, 각종 명소, 시장통, 온갖 애환이 어려있는 골목길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처럼 조선시대 이래 대구의 도시 변천사가 한눈에 담겨 있다. 직접 발로 뛰며 도시 변천사를 이토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프로젝트는 전국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베이징에는 오래되고 구불구불한 골목인 후퉁(胡同)이 많다. 가감되지 않은 중국 서민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데다 전통 가옥양식인 四合院(사합원)도 볼 수 있어 외국인에겐 매우 이국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최근 베이징은 이 골목 문화를 관광상품으로 개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거리연대는 '워킹 투어'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시켜 대구 재발견의 계기를 삼을 계획이라 한다. 그들의 꿈대로 대구가 역사의 숨결에 잇대어진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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