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大中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

어제 박찬종 전 국회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남 홍업 씨의 4'25 무안 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홍업 씨의 출마가 이뤄질 경우 영호남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조순형 의원도 민주당의 홍업 씨 공천은 부적절한 것이라 지적했다.

홍업 씨의 보선 출마는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공천파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밝힌 홍업 씨를 민주당이 파행적으로 전략공천하고, 열린우리당은 그 결정에 박수치고,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세습을 침묵하는 3당 야합의 각본이 숨어 있는 것이다. 호남민심을 손바닥에 놓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표를 잃지 않겠다는 저마다의 계산이 깔려 있다. 33억 원의 뇌물을 받아 실형을 살고 얼마 전 사면복권 된 홍업 씨의 전력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부족한 자질은 애당초 안중에 없었다.

우리는 이즈음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自重自愛(자중자애)와 結者解之(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싶다. 81세의 나이, 대통령을 지낸 분이라면 이제 권력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릴 때가 됐다. 그가 현실정치에 초연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최근 잇따라 범여권 결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언제까지 한국 정치가 DJ의 지역갈등 구도 속에서 방황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이 호남 민심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영호남 갈등의 치유는 어려워진다. DJ라는 존재가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로서의 측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나 아들의 국회의원 세습도 자제시켜야 할 일이라고 본다. 누가 보아도 낯간지럽고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국민대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깊이 통찰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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