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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국 7대 불가사의

한국 7대 불가사의/이종호 지음/역사의아침 펴냄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나라'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

남북한을 합쳐 5만 기 정도. 거석 유물이 많은 아일랜드조차 고인돌이 1천500기에 지나지 않으니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평양의 고인돌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다. 처음에는 고인돌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구멍의 배열상태를 조사한 학자들은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다. 희한하게 별자리와 거의 일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좌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돌에 별자리를 새겼을까?

우리의 문화유산에는 세계가 놀랄 만한 불가사의한 것이 무수히 존재한다. '한국의 7대 불가사의'는 그 중 7가지를 꼽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우리 선조의 지혜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60년대 충남에서 발견된 청동거울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은 찬사를 금할 수 없는 청동기 유물이다. 지름 21.2㎝의 거울 안에 무려 1만 3천여 개가 넘는 정교한 선이 새겨져 있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은 불과 0.3㎜. 동심원과 선, 삼각형, 사각형의 섬세한 디자인이 기원전 4세기에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

청동을 녹여 틀에 부어 만든 주물 작품인데, 그 거푸집을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섬세함과 탁월한 미적 감각, 거기에 더한 하이테크 신기술은 우리 선조의 청동기 문명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인류의 3대 발명품이 나침반과 화약, 종이(인쇄술)이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다라니경'은 인쇄술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임을 입증하는 유산이다. 중국 '금강반야바라밀경'(868년 간행)보다 최소한 117년 이상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다.

인쇄술은 인류 문명이 거대한 도약을 할 수 있게 한 발명품이다. 한 글자씩 손으로 베끼는 것과 단번에 한 장씩 찍어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최무선은 고려 말에 화약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화포를 만들어 전함에 장착해 해전을 벌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구를 상대로 한 진포해전은 세계 최초의 함포 해전이란 점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이는 서양에서 근대 함포 해전의 효시로 보는 레판토 해전보다 무려 19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옛날 해전의 전술은 두 가지. 뱃머리에 뾰족한 충각(衝角)을 달고 적선의 옆구리를 부숴 침몰시키는 것과, 적선에 기어올라 백병전으로 배를 점령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최무선은 함포를 적재했다. 각종 화약무기로 장착한 고려 군함이 왜선에 포격을 가했다. 당시 화포, 화통, 질려포 등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고, 특히 로켓무기인 주화, 유화, 촉천화 등은 적선 깊숙이 날아가 500여 척의 선단을 모조리 바다의 제물로 만들었다.

1940년 일제 강점기의 경북 안동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책 한 권이 발견됐다. '훈민정음'이라는 조그마한 책이었다. 이 책이 없었다면 한글에 대해 오늘날만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훈민정음은 창제자와 창제일, 창제동기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문자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한국 7대 불가사의'는 이 밖에 금 알갱이와 옥으로 상감한 신라의 황금보검, 적진을 유린하던 고구려군의 강철갑옷인 개마무사를 당시의 지식과 기술로는 제작이 불가능했을 7대 불가사의로 꼽았다.

각 문화유산을 40~50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컬러 사진과 의문점 등을 소박스로 처리하는 등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했다.

지은이는 고려대 건축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세계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고 기초 없이 5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역 피라미드 공법' 등 10여 개 특허권을 20여 개국에 출원하는 등 과학과 문명,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와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7대 불가사의'는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 자국의 입맛에 맞게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으려고 하는 실정에 한민족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352쪽. 1만 5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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