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협력사 손잡고 "분규 악몽 떨치자"

4천여명 노사화합 선포식

23일 오후 5시 포스코 본사 옆 축구전용경기장. 정준양 사장과 오창관 포항제철소장, 이상영 포스렉 사장 등 포스코 본·계열사 임원들이 운동장에 둘러앉은 151개 협력·하청사(외주파트너사) 4천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손을 맞잡았다. 노사가 섞여 10여 명씩 둘러앉은 자리 곳곳에서는 '파이팅!', '손잡고, 하나로! 함께 미래로!', '우리는 하나다!' 등등 화합을 다지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내 일터, 내 고장 산업평화를 위한 노사화합 선포식'으로 이름붙인 이날 행사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지난해 건설노조사태 등 포항이 초대형 분규의 장이 되었던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사가 함께 마련한 것.

교대근무를 마치고 나온 참가자들이 격식을 따지지 않고 운동장에 둘러앉아 술잔을 주고받는 사이 서먹하고 딱딱했던 분위기는 이내 어깨동무할 정도로 녹록해졌고 함께 박수치며 노래하기도 했다.

오창관 소장과 막걸리잔으로 '러브샷'을 한 협력근로자 이동우(36·레스코 직원) 씨는 "평소 높게만 보였던 임원 옆에 앉아 격의없이 대화를 주고받다보니 새삼 일할 의욕이 더욱 솟는다."면서 "노사가 오늘 같은 마음만 나눈다면 극단적 분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인 (주)해광공영의 윤광수(50) 대표는 "자리를 마련해준 포스코도, 흔쾌하게 받아들이고 자리를 함께 해준 우리 근로자들도, 모두가 고마운 산업현장의 동지들"이라며 이날의 느낌과 의지를 1년 내내 이어가겠다고 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지난해 건설노조 분규의 장본인이었던 포항건설노조 측에서 180여 명의 반장들로 구성된 반장협의회 김중민(52) 회장이 참석, 주목을 끌었다. 그는 "오늘이 일용직 건설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손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포스코 측에서도 지난해 분규 이후 제철소 출입을 제한받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이제 관용을 베풀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조차원의 전원 참가는 무산됐지만 개인 자격으로 온 건설노동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준양 포스코 사장은 "포항과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모든 회사의 노사가 우리의 삶터를 보다 즐겁고 신바람나게 만들자."면서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박승호 포항시장과 박문하 시의회 의장 등 여러 기관단체장들도 자리를 함께 해 이날 노사화합 약속의 보증인 역할을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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