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작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성공 이끈 이상원 뉴컴퍼니 대표

뮤지컬 도시 대구 "이제부터 큐~!"

뉴컴퍼니 대표 이상원(47) 씨. 지난 1월까지 그의 공식 직함은 대구시립극단 감독이었다. 재계약을 앞두고 그는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대구시에 전했다. 할 만큼(5년) 했으니 욕심내면 끝이 좋지 않을 것이고, 조직을 떠나 자유롭게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변이었다.

그리고 그는 문화 소비도시가 아니라 문화 생산도시 대구 건설에 한몫 하겠다며 뉴컴퍼니를 설립,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첫 작품은 '만화방 미숙이'. 지역 자본과 지역 인력으로 만든 순수 대구산 창작 뮤지컬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외지 뮤지컬이 대구 공연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만화방 미숙이'는 선전했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연장 공연까지 하며 1월 18일부터 3월 18일까지 8천여 명의 관객을 유치했다. 7월 13,14일 함안문예회관, 9월 성주문예회관 순회 공연이 확정된 가운데 서울, 중국 상하이 공연 등도 추진되고 있다.

뉴컴퍼니는 여세를 몰아 제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마술사 죠니'와 대구시 기초예술진흥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동화세탁소2'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마술사 죠니'는 마술, 서커스, 뮤지컬이 어우러진 독특한 양식의 소극장 뮤지컬로 6월 21~24일 대구봉산문화회관에서 첫 선을 보인다.

오는 11월 무대에 올릴 '동화세탁소2'는 소극장 작품 제작 기반을 발판으로 뉴컴퍼니가 처음 도전하는 대극장 뮤지컬인 만큼 위험 부담도 커 대구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연극 연출가에서 뮤지컬 제작자로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이 대표는 "'만화방 미숙이'를 제작할 때 앞이 막막했습니다. 배우, 투자 자본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만화방 미숙이'를 '맘마미아','미스 사이공'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만화방 미숙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대구에서도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인식시켜 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를 만나 지역 뮤지컬 열풍과 제작 역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대표는 "뮤지컬은 청각을 시각화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쌓여 가는 시민들의 문화 욕구가 뮤지컬을 통해 분출되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뮤지컬 열풍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서울 다음으로 뮤지컬 공연이 많이 열리고 기획사들이 선호하는 공연 지역이 될 만큼 대구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흥행에 성공하는 뮤지컬은 몇몇 유명 작품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좋은 작품이지만 인지도가 낮을 경우 관객들이 오지 않는 것은 뮤지컬 저변 확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유명 작품만 보는 잠재된 뮤지컬 팬들을 실질적인 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

최근 뮤지컬을 제작하려는 지역 연극계의 잇단 움직임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일단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열악한 지역 뮤지컬 제작 기반을 고려해 볼 때 자칫 함량이 떨어지는 뮤지컬이 양산돼 뮤지컬 생산 기반이 더 취약해 질 우려감을 표명했다.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철저히 준비한 뒤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재와 주제가 지역적인 것은 지역민들에게는 호소력을 갖지만, 서울-지방 공연 시장간 시차가 없어지는 현실에서 전국적인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주제와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대구가 뮤지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뮤지컬아카데미 등 제도적 차원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뮤지컬 종사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공부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 없이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기아카데미 운영, 소식지 발간, 시민들의 연극, 뮤지컬 참여를 지원하는 저변 확대 사업과 함께 장기적으로 뉴컴퍼니 전용 극장을 갖는 등 공연단체와 시민들간 공연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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