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한 경쟁…거듭된 낙방…쓰러지는 취업 수험생들

학원마다 빈혈 등으로 매달 1,2명씩 실신

지난 16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공무원 시험 준비학원의 조용한 강의실에서 갑작스런 소란이 일었다. 수업을 듣던 김모(26·여) 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책·걸상과 함께 그대로 쓰러진 것. 다행히 보건 교사 시험을 준비하던 간호사 세 명이 김 씨에게 달려가 응급 조치를 했고 김 씨는 곧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그는 의식이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강의실 밖 소파에 누워 있어야 했다.

실업 대란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을 이겨야 선택될 수 있는 무한경쟁에 내몰린 청년 실업자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결국 건강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것. 실제 수험생들이 몰리는 임용학원, 공무원학원, 영어학원 등에는 매달 한두 명의 수험생들이 빈혈이나 수면부족, 과도한 스트레스로 수업 중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취업학원에서 5년째 교육학 강의를 하고 있는 강모(37) 씨는 "시험이 다가오는 11월쯤에는 수업 중에 쓰러지는 학생들이 3월보다 훨씬 더 많다."며 "수험생 대부분이 몇 년째 시험에 낙방한 경험이 있는 데다 나이까지 많아 시험 전에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학원에서 쓰러진 학생들을 여러 차례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대구 서부소방서 '119구급대' 한 대원도 "의식을 차린 뒤 맥박과 호흡 등을 체크해 보면 체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선 신체의 면역 체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원승희 대구 가톨릭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해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도 마련해 둬야 한다."며 "또 휴식도 하나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신체·정신적인 이완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또 쉽게 감기에 걸리고 바이러스에 민감해지는 등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확인될 경우 즉시 적절한 휴식과 건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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