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재교육 안과 밖)④왜 영재교육인가?

"선생님께서는 5+3은 3+5와 답이 같다고 하시면서, 5-3은 3-5와 같은지를 물었어요. 우리 반 친구들은 그것이 같지 않다고 하면서, 3-5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했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어요. '영(0) 아래에서 2입니다.' 그것이 제 대답이었어요."

이 장면은 1학년 영재 어린이가 음수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이해하게 된 수업 에피소드이다. 영재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공부할 내용을 보다 빠른 속도로 배우며, 어려운 개념을 학습하는데 있어서 창의적 방식이나 직관과 통찰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영재의 경우 단편적인 지식의 전달이나 단순 반복에 의한 학습은 지루하고, 학습에 불만을 갖게 만들며, 흥미를 상실하게 만들 뿐이다.

필자는 미국 메이플라워 밀 초등학교에서 우리나라 전래 동화인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를 소재로 수업을 전개한 적이 있다. 동화의 내용을 읽고, 전체 이야기의 전개 과정과 줄거리를 파악한 후, 등장 인물의 성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였다. 학생들은 대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호랑이를 배은망덕한 존재로, 호랑이를 구해준 선비는 자비로운 존재로, 그리고 둘 사이의 재판을 맡은 토끼는 매우 지혜로운 존재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영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활동에서 의외의 반응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두 차례의 속진으로 5학년과 함께 수업하고 있던 J. J의 반응은 특히 예외적이었다.

"토끼는 처음부터 사람의 편에서 재판하려고 했어요. 그건 공정하지 못하잖아요? 토끼는 인간의 덫에 걸린 호랑이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결국 배고픈 호랑이를 다시 덫에 걸려 죽게 만든 것이 지혜로운 재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영재들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활동의 기회가 제공되면, 여러 관점에서 깊이 있는 사고의 세계를 펼쳐보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영재들에게는 보다 깊이 있고 폭넓은 사고 경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제퍼슨은 "똑같지 않은 사람을 똑같게 처방하는 것만큼 불평등은 없다."고 했다. 퇴계 선생은 '敎人 各因其才(교인각인기재)'라고 하여 개인의 적성과 재능에 따른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영재들의 학습 특성에 맞는 교육 내용과 방법의 요구를 잘 설명해 준다. 영재들이 또래에 비하여 2~6배 빠른 독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가르치고 배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준다.

학자들에 따르면, 수학적으로 빠른 발달을 보이는 학생은 일반 학급에서 정상 속도로 진행되는 것보다 두세 배 빠르게 학습 내용을 제시할 경우에도 내용을 충분히 습득해 나갈 수 있으나, 동일한 학습 과제를 반복하도록 요구받으면 학습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거나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학교 교실은 연령에 따라 집단 편성이 이루어지고, 학년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 과정이 제공된다. 극히 예외적인 학생은 어느 교실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특별함을 포용하지 못하는 교실과 사회는 특정 집단에게 부적응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부적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우리 교육과정에서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기초·기본 교육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반대편에 속한 영재 학생의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교육의 책무성을 높이는 일이다. 영재 학생들의 학습 특성이 수업에서 고려되지 않는다면, 영재들은 교사가 제시하는 공통 기본 학습 과제를 짊어진 채로 모든 학생을 위한 학습 도착 지점에 이를 때까지 어려운 '발맞춤'을 계속해야 한다.

가끔씩 영재교육을 엘리트 교육이라는 비판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영재교육에 대한 정당성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다. 영재 교육은 국가 발전을 위한 고급 두뇌 양성이나 잠재 능력의 발휘와 같은 구호가 아니다.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지닌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이다.

영재에게는 일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보다 깊이 있고, 폭 넓은 교육 경험을 포함하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 영재들의 빠른 학습 속도를 허용하여 학업 연한이나 학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영재에게 적합한 수준과 요건을 갖춘 교육 프로그램이 계발되고 적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수한 영재 자원을 발굴하였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것이 전문적 능력을 갖춘 영재 지도 교사의 양성과 영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시되는 이유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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