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10)천혜의 신비-울릉도

'우산국(芋傘國)' '우릉도(芋陵島)' 혹은 '무릉도(武陵島)'.

울릉도를 지칭하는 갖가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울릉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천년의 신비를 담고 있는 성인봉 원시림과 나리분지, 봉래폭포와 일출전망대 등은 한반도와는 다른 울릉도 특유의 자연이다. 삼나물과 명이(산마늘), 부지갱이, 고비나물, 전호나물 등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산나물도 지천에 깔렸다. 오징어와 호박엿도 빼놓을 수 없다. 울릉도의 관문격인 도동항에 내리면 오징어와 호박엿, 산나물 등 특산물을 만날 수 있다.

울릉도 여행은 완연한 봄이 전개되는 4월부터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까지가 가장 좋다. 1m가 넘게 눈이 내린 겨울 설국(雪國)풍경도 볼 만하다. 쪽빛 동해바다 한가운데 한 점 우뚝 솟아있는 울릉도의 모습은 태고의 그것과 비견할 정도로 아직 때묻지 않고 정겹다. 또 울릉도는 독도와 따로 떼어내 설명할 수 없다.

쾌속선이 다니기 전까지 울릉도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뱃길 천리(왕복)는 말이 천리지 높은 파도에 시달리다 보면 여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게 만들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울릉도 트위스트) 1967년 이시스터즈가 부른 '울릉도 트위스트'처럼 파도 따라 흔들리는 연락선 같은 여객선은 퇴장했지만 배타는 게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에게 여전히 울릉도는 용기를 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10시간 걸리던 뱃길이 2시간30분(묵호-울릉)이나 3시간(포항-울릉), 혹은 6시간(나리호) 정도로 빨라졌지만 파랑주의보라도 내리는 날이면 대책 없이 발이 묶인다. 울릉도 여행의 백미라는 섬 일주 유람선 운항도 중지된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여행객들은 제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선가 이번 '어서오이소' 행사에 참여한 수도권지역 여행객들은 장년층 이상이었다. 뱃길 외에 항공편이라도 있다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어 울릉도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 때문인지 울릉도는 여전히 옛모습을 많이 간직한 신비의 섬이다.

울릉도에 도착한 첫날 곧바로 독도로 향했다. 다음날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 탓에 일정을 앞당겼다. 쾌속유람선으로 1시간25분(87.4km)이 걸린다. 동도에 마련된 선착장에 내렸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독도를 본 순간 어디선가 애국가가 나지막이 들려오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몸 어디에 그런 애국심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뱃전에 서서 독도를 담았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아 '괭이'갈매기로 이름붙은 갈매기들이 군무를 펼치는 독도의 풍경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25분이 지나자 뱃고동이 울렸다. 여행객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배에 올랐다. 그때 그들 무리에서 낯선 사람이 불쑥 나왔다. 평생을 독도를 삶의 터전으로 삶아 온 독도주민 김성도(70) 씨였다. 일흔줄에 들어선 김 씨는 사람이 그리웠던지 배가 사라질 때까지 선착장에 서서 두 손을 흔들어댔다. 독도에 가서 운좋으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일기예보처럼 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파도도 높아졌다. 해상관광이 금지돼 나리분지와 성인봉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빗속 나리분지로 가는 길은 운치가 있었다. 울릉도 일주 해안도로 곳곳은 터널로 연결돼 있다. 특이한 것은 터널마다 신호등이 있다는 점이다. 지형이 험해 외길터널을 뚫은 탓에 신호등을 설치한 것이다.

안개가 짙게 깔린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다. 주막집처럼 자리잡은 '나리촌식당'에 들러 호박으로 빚은 호박막걸리에 더덕파전을 안주 삼아 목을 축이고 가는 것은 어떨까? 나리분지는 성인봉과도 연결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 이번 주 여행코스 : 울릉도 도착-독도 관광-울릉도 관광(도동-통구미-몽돌해변-사자암-현포-천부-나리분지-도동)-내수전 일출전망대-봉래폭포 등(섬 일주유람선은 기상 악화로 운행 중단)

기타(자유시간)=성인봉 등산 혹은 약수공원(독도박물관과 케이블카유람), 저동항 등 관광.

※ '어서 오이소' 다음(31일, 4월 1일) 코스는 '울진 동해안길 바다 맛 기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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