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공무원제도 근본적 변화 모색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38위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인 38개국 중에서 바닥권인 30위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홍콩, 싱가포르, 핀란드, 덴마크 등은 세계에서 1~4위의 국가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우리보다 인구도 적고 자원도 부족한데, 무엇이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었는가? 조사 분야 중 기업경영효율, 발전인프라, 경제운영성과 등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정부행정효율 수준만은 수년간 연속 세계 1~4위를 유지하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높은 효율성이 세계 최강의 국가경쟁력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행정효율 수준은 전체 조사대상 61개국 중 47위에 머물고 있다. OECD 국가들은 물론, 많은 발전도상국들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밑바닥 수준이며, 그것도 매년 계속 추락하고 있다. 특히 수년간 우리의 정부경쟁력 순위가 우리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는 점에서, 국제경영개발원이 지적하였듯이 '정부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나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그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에서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퇴출제'가 정부경쟁력을 높이는 극약 처방이라는 점에 충분히 동의하게 된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이러한 처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공무원 퇴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 효과에 높은 기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정부행정의 효율성을 높여 공공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심스레 제기된 '공무원 퇴출제'는 이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 의도와 부작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잘못 행해진 '공무원 숙청'의 재현은 아닌지, 민선자치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부서장이 개인적인 정실에 따라 특정인을 배척하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줄서기, 길들이기, 눈치 보기, 내부 갈등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그 제도의 필요성이나 법적 근거보다는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 기인한다. 무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현행 공무원법과 자치법규에 의해서 직위해제, 직권면직, 징계 등 '퇴출' 조치가 얼마든 가능하다. 다만, '퇴출' 조치를 위한 기준이 객관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그 방식 또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비록 100%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다 하더라도, 공직사회의 내부 갈등과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일하는 분위기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공무원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의 하나였다.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헌신한 그들의 노력은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었으나, 우리나라 공무원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작은 정부의 물결이 휘몰아친 90년대에 들어, 주요 선진국은 그야말로 철저한 정부혁신을 단행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정치적인 형식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정부경쟁력을 지닌 국가들은 능력과 성과에 따라 '신분'과 '보상'을 달리 하는 공무원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행정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한 '신분보장'과 '차별 없는 보상'을 근간으로 하는 공무원제도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 퇴출제'를 계기로, '신분'과 '보상'에 대한 현행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소위 '철밥통'이라는 신분보장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개인적으로 차별된 보수체계를 수립하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특히 민선자치시대 들어, 주민과 단체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모범공무원을 위해서라도 무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되어, 전체 공무원의 긍지와 명예를 지켜 주어야 한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법이나 제도 차원을 넘어 기본 양심과 도리이기도 하다.

김 렬 영남대 정치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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