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문화마인드

사가정(四佳亭), 정정정(亭亭亭)이란 호를 쓴 서거정이 대구의 대표적인 명소와 경치를 노래한 시(詩)를 '대구십경(大丘十景), 대구십영(大丘十影) 또는 달성십영(達城十影)이라 부른다.

제1경 금호범주(琴湖泛舟-금호강 뱃놀이), 제2경 입암조어(笠巖釣魚-삿갓바위에서 낚시), 제3경 구잠춘운(龜岑春雲-연구산의 봄 구름), 제4경 학루명월(鶴樓明月-금학루의 밝은 달), 제5경 남소하화(南沼荷花-성당못의 연꽃), 제6경 북벽향림(北壁香林-향산의 측백나무), 제7경 동화심승(桐華尋僧-동화사 스님을 찾음), 제8경 노원송객(櫓院送客-노원에서 손님을 보냄), 제9경 공령적설(公嶺積雪-팔공산 쌓인 눈), 제10경 침산낙조(砧山落照- 침산의 해넘이)가 그것이다.

그 중 제3경의 구잠(龜岑)은 운구산(運龜山)·오포산(午砲山)·자래방구산 등으로 불린 대구시 중구 봉산동 제일중학교(구 제일여중)가 있는 連龜山(연구산)을 말한다. 조선시대 순종 때 대구부민(大邱府民)에게 정오를 알리는 포를 이곳에서 쏘아 午砲山(오포산)이라도 했다. 제3경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龜岑隱隱似驚岑(거북 봉우리 아득하여 자라산 닮았고)

雲出無心亦崙心(무심한 듯 구름이 생기는 것 또한 곤륜산을 닮았네)

大地生靈方有望(온땅 살아있는 것들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可能無意作甘霖(오랜 가뭄에 단비 만들어 주는 것이네).

백성들의 애타는 바람을 풍광에 얹어 노래한 이 의미 깊은 '구잠(龜岑)'을 휘돌아 흐르던 물줄기가 빚어놓은 아름다웠던 바위벽을 소방도로 개설을 위해, 아파트 건립을 위해 '무참히' 깨어 버리는 그런 마인드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마인드 (mind)란 말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마음, 정신, 지성, 지력, 사고 방식, 심적 경향, 기질, 의견, 생각, 의향, 의도, 의사, 의지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나 마인드가 중요하다. 특히 여러가지 허가권과 결정권 등을 가진 구청장·시장 등에게는 올바른 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일을 제대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경제마인드는 물론이거니와 문화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려는 겸허한 마인드를 지닌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자칫 엉뚱한 마인드를 발휘해, 안하는 것보다 못한 일을 저질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현제(한옥션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