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기자는 팝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이란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해석하자면 '가장 위대한 사랑' 정도일까. 가사를 음미하며 불러보면 전율이 일 정도다. 특히 'I found the greatest love of all inside of me, The greatest love of all is easy to achieve Learning to love yourself. It is the greatest love of all'.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노래하는 이 부분은 짜릿한 감동을 주는 클라이맥스다. 곡의 주제를 굳이 우리말로 바꿔보면 '자존감(自尊感)'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노래를 다시 들어보면서 아이들에게 꼭 일깨워줘야 하는 덕목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자존감은커녕 스스로를 쓸모없는 아이, 실망만 주는 아이라며 의기소침한 아이들이 많다. 표현할 줄 모르다 보니 심통을 부리거나 공격적이 되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서툴기 때문이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글/푸른책들 펴냄)'라는 책을 사고 나서 식물도감부터 찾아봤다. '하늘말나리'가 도대체 어떤 꽃인지 궁금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우리나라와 중국의 들판에서 흔히 피는 야생초'. 하늘말나리가 언제 등장하는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폈다. 이야기는 '미르'라는 6학년 소녀가 시골로 전학오면서 시작된다. 미르의 어머니는 얼마 전 아버지와 이혼했다. 미르는 괜히 심통이 나서 어머니에게 퉁명스레 군다. 시골학교는 시시하고 만만하게 느껴진다. 또래들에게 시골뜨기라며 콧대 높게 굴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외롭다. 이런 미르에게 바우와 소희라는 친구가 생긴다. 바우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는 소년, 소희는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는 소녀다. 미르와 같은 또래에다 결손가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둘은 미르보다 훨씬 속이 깊다.
큰 클라이맥스 없이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상처받은 내면과 극복해가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게 잘 표현하고 있다. 티격태격하던 미르와 바우, 소희는 졸업식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나리꽃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피어. 소희 누나는 하늘말나리야." 그러자 소희는 "우리 모두가 하늘말나리!"라며 활짝 웃는다.
책 속에는 괭이밥, 짚신나물, 노루오줌, 개망초와 같은 꽃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알지 못했던 꽃을 발견하듯 우리 아이들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기쁨을 누려보면 어떨까.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중에서 '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Show them all the beauty they possess inside'를 읊조려 본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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