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과감하게 보여라."
누드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지어진 대형 상가 건물들의 공통된 '컨셉'이다. 속을 환하게 드러내 보이는, 이른바 '누드 마케팅'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상가들은 건물 자체를 홍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3월 초 문을 연 대구 수성구 범어동 '캘리포니아와우휘트니스센터'. 헬스장임에도 '지상 5층, 지하 2층'이라는 엄청난 규모가 일단 행인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건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누드 건물'이라는 점. 통유리를 전면에 배치해 바깥에서도 운동족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다.
오세호 운영 매니저는 "헬스장의 특성상 남들에게 보여줄 것이 별로 없는데 운동 자체를 행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멀리서도 이곳이 헬스장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 홍보 없이 건물 자체가 거대한 홍보 도구가 된다는 것. 운동족들은 타인의 '엿보기'를 즐길 수 있는 반면 행인들은 회원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야간에는 누드 건물의 위력이 한층 높아진다. 천장에 파란색 조명을 비롯해 V자형 붉은색 조명 등이 설치돼 야간엔 실내가 더욱 화려해 보인다. 오 매니저는 "야경이 좋아 지나가다 디카로 건물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준(37·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는 "주변이 대체로 어두워 마치 죽은 도시 같았는데 환하게 실내조명이 새어나와 도시 미관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자리한 '편대장 영화식당'. 이곳은 1층 건물로 장사를 해오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리모델링을 거쳐 2층 누드 건물로 탈바꿈했다. 통유리뿐 아니라 빨간 화단을 놓은 발코니를 별도로 설치해 겉모습에 무척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신재용 부사장은 "횡단보도 앞인 데다 대로란 점을 감안해 유리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행인들이나 운전자들이 멈춰있을 때 두리번거리는 성향을 적극 공략했다는 것.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탁 트인 공간이라는 느낌으로 답답함을 덜고 바깥사람들은 내부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봄으로써 찾아오게끔 만든다고 했다. 실제로 지나가다 실내에 손님이 많은 것을 보고 찾아온다는 손님도 자주 있단다. 신 부사장은 "리모델링하기 전엔 내부가 훤히 보이니까 혹시 손님이 없으면 장사가 더 안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진 유리 건물 전략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유리 건물로 바뀐 뒤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씨킹덤'도 누드 건물로 눈길을 끈다. 2월 초에 오픈한 이곳도 전면에 통유리를 사용, 실내가 최대한 보이게 설계했다. 밖으로 실내의 깨끗한 분위기를 노출하고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 또한 유리 건물은 실제보다 더 큼지막하게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윤두운 전무는 "시푸드가 장시간 음식이라 손님들도 밖을 훤하게 보면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누드 건물의 단점은 냉·난방이 일반 건물에 비해 어렵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곳은 한 층에 대형 에어컨을 5대씩 배치하고 통유리에 특수 필름도 입혔다. 윤 전무는 "한여름이 문제인데 누드 건물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선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진 영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점점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없어지고 내부 공간이 확대되는 경향이 생기면서 유리 건물이 건축물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물의 투명화로 개방성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시스템을 갖춘 유리 건물의 경우 일반 건물보다 비용이 30% 정도 비싸지만 여러 가지 장점 덕분에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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