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되면 눈 딱 감고, 대부분의 월급을 뚝 떼내 붓던 정기적금. 조금씩 원금이 불어나면서 고율의 이자까지 더해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했었다. 하지만 '정기적금에 대한 가슴 찡한 이야기'가 이젠 '추억'으로 묻혀가고 있다.
이른바 '국민 재테크'라고 불리는 적립식펀드가 정기적금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높은 금융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인 대구은행.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 곳의 적립식펀드 잔액은 5천488억 원이다. 반면 정기적금잔액은 3천327억 원이다. 적립식펀드 시장이 정기적금 시장보다 2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만 해도 대구은행의 정기적금잔액은 3천626억 원으로 3천182억 원이었던 적립식펀드잔액을 500억 원 가까이 앞섰었다. 하지만 적립식펀드는 올 들어 정기적금 시장을 완전히 역전, 압도적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대구은행 고객들이 보수적 성향임을 감안해볼 때, 원금이 깨질 수 있는 위험성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의 확장세는 '파죽지세'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로 국민은행 경우, 2005년 1월까지만 해도 정기적금 잔액이 1조 2천511억 원, 적립식펀드 잔액이 1조 2천92억 원으로 엇비슷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현재 정기적금은 1조 295억 원으로 2천억 원 이상 줄었고, 적립식펀드는 7조 9천727억 원으로 2년 사이에 6배나 폭증했다.
적립식펀드로 '저축'이 몰리는 것은 정기적금금리가 금융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
정기적금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3.90%. 세금을 떼고나면 3.39%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몇 년간 꼬박꼬박 붓는 기간을 감안, 수년간 물가상승률을 제하고 나면 이자라고 해봐야 쥐꼬리수준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적립식펀드는 '물건'만 잘 고르면 1년에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 대구은행이 팔고 있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투자신탁1호' 경우, 지난 1년간 수익률이 45.16%에 이르는 등 '고수익'이 나자 무려 2만 8천300여 명이 대구은행을 통해 이 펀드에 가입했다.
한편 은행들이 뭉칫돈을 안겨주는 정기예금과 달리 정기적금 금리를 너무 홀대하는 것도 정기적금 이탈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구은행을 예로 보면, 2005년 2월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4.00%로 정기예금금리 3.50%를 크게 앞섰으나, 지난달 말 현재 정기적금금리는 3.90%, 정기예금금리는 4.60%로 상황이 역전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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