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존 건물주는 '허물고' 외지 투자자는 '만들고'

대구 중·대형빌딩 투자방식 정반대

최근 들어 대구에서 중대형 빌딩의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에 새로 진출한 외지 업체에 의해 대부분 주도되고 있다. 반면에 지역 빌딩 소유주들은 상당수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주차장으로 만드는 등 소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본지 기획탐사팀이 2000년 이후 대구 중구·수성구 중대형 빌딩의 리모델링(대수선) 건수를 조사한 결과 중구가 17건, 수성구 13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구의 우리들병원(구 현대생명 빌딩), 엘디스리젠트 호텔(구 동산호텔), MMC만경관 극장, 지오다노, 보람빌딩, 수성구의 캘리포니아와우휘트니스센터 등은 대표적인 외지업체들의 리모델링 사례다.

우리들병원은 지난 2005년 193억 원에 구 현대생명 빌딩을 낙찰받아 새로 단장한 후 올 1월 문을 열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낙찰 당시에 비해 빌딩 가격이 상당히 올랐고, 임대료도 주변 건물보다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MMC만경관 극장은 지난 2002년 리모델링을 한 후 연매출이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엘디스리젠트 호텔은 2001년 경기도에서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가 매입, 시설개선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경우다.

반면에 지역의 빌딩 소유주들은 남구의 홈스파월드, 수성구의 범어골드 클리닉 빌딩 등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인 사례도 있지만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든 경우가 훨씬 많았다.

2000년 이후 대구 중구에만 122개의 주차장이 새로 생겼고, 수성구에는 51개가 만들어졌다. 입지조건이 좋고 땅 가격이 비싼데도 주차장으로 운영되는 곳이 수십 군데에 이른다. 중구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모(65) 씨는 "지난해 부친에게 물려받은 노후 건물을 철거하고 주차장으로 만들었다."면서 "위험부담을 안고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주차장이 수입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이다."고 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대구·경북지회 창립을 주도한 이택운 영남이공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만드는 방어적인 투자보다는 주위 여건, 용도 등을 고려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수익 창출에 훨씬 효율적인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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