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융합형 인재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가지만 아직 충분히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 있다.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용어를 쓰는데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핵심용어들이 등장한다. 융합형 인재, 초영역 인재, 전구형 인재, 퓨전 인재, 하이브리드 인재, 멀티태스킹 인재 등등.

한 사람의 머릿속에 두 가지 이상의 전문 지식이 들어 있어서 이를 융합하여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것들의 개념이다. 융합형이란 두 가지 이상의 지식이 융합되어 제3의 창조물을 얻는다는 뜻이고, 초영역이란 영역을 초월한다는 말이며, 전구형이란 레이저 빔같이 단일 광선이 방산되는 것이 아니고 전구같이 온 방안을 밝힌다는 말이다. 다른 용어들도 이와 유사하다.

실례를 들어보자. 매년 발표되는 고소득 직업 부동의 1위는 변리사이다. 변리사 업무는 태생 자체가 공학 지식에 법률 지식을 접목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의사이면서 변호사인 직업도 있다. 보험회사 같은 곳에서 요긴하게 활동한다.

미국의 법과대학에서는 MBA 과정과 변호사 과정을 같이 이수하도록 하는 과정도 많다. 법률 지식에 정통한 경영자가 태어남은 물론이다. 실물펀드라는 종류의 펀드 상품이 몇 년 전부터 금융가의 중요한 업무영역으로 등장했는데 이는 모두 실물에 대한 지식과 금융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몇몇 대학에서 이미 그 중요성을 깨닫고 이런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의대와 공대가 공동으로 연구하는 사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고 수도권에 있는 경원대에서는 이과계 학생에게 인문학을 더 깊이 배우도록 검토 중이라 한다.

왜 이런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렇다. 먼 옛날에는 먹고살기 위해서 다리로 일하면 되었다. 바닷가의 소금을 내륙 깊숙이 다리 힘을 써서 운반하기만 하면 돈을 벌었다. 이런 시기가 끝나니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제조업이 발달한 것이다.

기능올림픽 입상자에게 부와 명예가 보장되던 시절이다. 그 이후에 닥친 시대가 전문 지식의 시대였다. 머리로 먹고사는 시대가 왔다. 변호사·회계사·의사 이런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앞장서서 사회를 끌어왔다. 앞으로는 두 사람의 머리, 세 사람의 머리를 합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

지식의 시대를 정보의 시대가 압도해 버린 결과이다.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는 정보는 세상에 널려 있다. 따라서 두 종류, 세 종류의 지식이 합하여 전에 없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융합 지식을 사용한 제품들은 그렇지 않은 제품들보다 더 잘 팔려나가게 된다. 의사이면서 변호사인 소송대리인이 수임한 의료분쟁의 승소율은 그렇지 않은 소송대리인의 승소율보다 높을 것은 확실하다. 교보문고는 서적 유통이라는 분야와 독서 지도라는 분야를 합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한다.

선박펀드, 부동산펀드, 유전펀드 같은 실물펀드들은 청약 접수에 실패한 적이 없다. 당연히 융합지식을 가진 융합형 인재들의 몸값은 뛰게 된다. 단순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취업에 골몰할 때 융합 지식을 갖춘 인재들은 희소성을 누린다.

문제는 있다. 융합 지식란 두 종류 이상의 지식을 모두 완전히 습득하여야 가능한 것이다. 두세 종류의 지식을 완전히 습득하지 아니한 채 융합형 인재를 표방하는 인사가 등장할 개연성이 있다. 또 하나는 융합 지식을 획득하는 데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부의 편재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몇몇 탁월한 인재들에 의해 인도되는 분야이므로 사회전반적인 고용 효과는 어디에서 창출할 것인가 하는 점들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융합 지식이 사회 전반에 주는 혜택은 매우 클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는 항상 우리가 예측한 대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예측한 방향으로 오지 않는 수도 많고, 우리가 예측한 시간대로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사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융합 지식, 융합형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별로 틀릴 것 같지 않다.

김연신(한국선박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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