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퇴출 위기에 몰렸던 캠코더가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온 캠코더 매출이 지난해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 들어 급증했다고 한다. 캠코더의 부활은 전적으로 이용자제작콘텐츠(UCC : User Created Contents) 붐 덕분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내장 캠코더 출시 이후 PC에서 동영상편집 프로그램만 이용하면 쉽게 UCC를 제작할 수 있다.
UCC는 순기능도 많지만 역기능도 적잖다. 최근 포털사이트에 올려져 말썽을 빚은 음란 동영상의 경우 텍스트 정보와 달리 쉽게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선거 캠페인에 UCC가 악용될 소지가 많아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걱정된다.
미국에선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사이트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당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최근엔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독재자 '빅 브라더'로 묘사한 동영상이 유포돼 문제가 됐다. 동영상 제작자는 힐러리의 민주당내 경선 경쟁자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의 웹사이트 관리업체 직원이었다. 힐러리 측은 "사람들 관심이 '國歌(국가) 동영상'에서 멀어져 오히려 좋다"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국가 동영상은 지난 1월말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힐러리가 미국 국가를 엉터리 음정으로 부르는 것을 녹화한 것으로 삽시간에 퍼졌었다.
74초 분량의 힐러리 비난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려져 150만 명이나 보았다고 한다. UCC는 이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UCC를 이용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향후 선거운동에 미칠 파괴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후보들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다간 'UCC제작 개미'들에게 포착돼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힐러리 동영상 파문은 '디지털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오는 연말 치러지는 우리 대통령선거도 조그만 캠코더가 한순간 바꿔놓을 수 있다. 여권이 지리멸렬과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유력 후보 둘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12월까지는 먼 여정이다. '캠코더 데모크라시' 시대가 활짝 열렸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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