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 이장선거 시끄럽다…낙선후보 음독까지

한쪽선 경쟁 치열…다른 쪽선 수십년간 '나홀로 이장'도

영덕과 울진 등 농·어·산촌 지방자치단체의 상당수 마을이 '이장' 선거로 시끄럽다.

최근에는 영덕의 한 마을에서 선거에 낙선한 한 후보가 독극물을 마셔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까지 발생,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장 경쟁이 치열한 것은 동네를 대표한다는 상징성과 명예에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지자체가 일정액의 수당, 상여금 등 적잖은 수고비를 지원하는 등 실속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선 여전히 이장 희망자가 없어 수십 년을 이장만 하는 사람도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곳에서도 벌어지는 셈이다.

▷낙선 후보 음독 사건=영덕의 한 마을에 사는 이모(64) 씨가 이달 초에 있은 이장 선거에서 떨어진 충격을 이기지 못해 독극물을 마신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로 인해 손바닥만한 마을이 둘로 쪼개지는 등 선거 후유증이 심각하다.

울진 평해읍의 한 마을에서도 몇 년 전의 이장 선거로 당선자와 낙선자 간에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놓고 말다툼은 물론 진정 고소 고발 등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이들을 지지했던 주민간에도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말도 건네지 않는 원수지간이 됐다.

이처럼 비교적 규모가 큰 농·어·산촌 마을마다 동네 대표를 뽑는 이장 선거로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장이 뭐기에=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일선 시군이 이들에게 지원하는 각종 활동비가 비교적 짭짤하다. 일부 마을에선 농경사회의 오랜 관습인 모곡제(수고비조로 주민들이 일정량의 곡식을 거둬주는 제도)가 남아 있기도 하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모곡제 대신 매월 일정액을 거둬주기도 한다. 실제로 영덕군의 경우 204개 마을 중 135개 마을에서 모곡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덕과 울진군에선 이들에게 매월 기본수당 20만 원, 월 2회 기준의 수당 2만 원, 연 2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매년 일정 수를 선발해 고교생에게는 공납금 전액을, 대학생에겐 1회에 걸쳐 120만 원 이내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기진작을 위해 교육, 선진지 비교행정 견학, 체육행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에 대해 1인당 5만 원 범위 내의 실비와 읍면 단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되는 예우도 받는다.

이들이 마을의 현황을 꿰뚫고 있는 만큼 시장, 군수, 의회 의원 등 선출직을 꿈꾸는 예비 후보자들로부터도 공략 대상이 된다.

◆작은 마을은 할 사람이 없어=소규모 마을은 사정이 정 반대다. 19가구에 주민이라야 43명에 불과한 산촌마을인 울진 북면 두천2리의 경우 총각인 추모(32) 씨가 이장을 맡고 있다. 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룬 고령화 마을인 탓에 동네 일을 맡아볼 젊은이가 없어 동회의에서 추대됐다. 이러한 사정은 울진 평해읍 거일리도 마찬가지다.

영덕군의 경우 5년 이상 연임한 마을이 절반에 가까운 82개 마을이나 됐고 11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있는 마을도 37개 마을이다. 강구면 상직3리 김모(57) 씨는 18년째, 영해면 사진1리 한모 씨는 37년째 근속하고 있다.

영덕·울진 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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