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냈다" 자신감 덤으로…번지점프

나른한 일상의 연속. 뭔가 색다르고 짜릿한 레저는 없을까. 청량음료 같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는 번지점프를 선택했다.

대구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곳은 C&우방랜드 번지점프장.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높이 35m의 철계단을 오른다. 바람에 철탑 번지점프대가 흔들린다. 오금이 저려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다. 눈앞에 대구시내가 울렁울렁거린다. 쇠난간을 붙잡았지만 간신히 발밑을 내려다볼 뿐이다.

"준비됐습니까?"

번지점프장 대표 홍성보 씨의 목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번지점프대의 끝자락에 섰지만 무릎에 힘이 없다.

"두 팔을 벌리고 허리와 가슴을 똑바로 펴십시오. 심호흡을 크게 하십시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고 이를 꽉 문다. 팔을 벌리고 주먹을 꽉 쥐어본다. "이까짓 것 못 뛰겠어?"하는 오기가 발동한다.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래, 박태환 선수처럼 멋지게 스타트하자. 아래는 35m 절벽이 아니라 풀장으로 뛰어드는 거라고 생각하자."

다시 힘을 내본다. 점프대 끝에 서보지만 자신이 없다. "이게 무슨 짓인가." 후회가 앞선다. 번지점프줄이 안전하게 매어져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줄이 끊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결국 한숨을 쉬며 뒷걸음질쳤다.

"계속 시간을 끌면 못 뛰어내립니다. 자꾸 아래만 내려다보고 오래 서 있으면 두려움만 커집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멀리 보세요."

'그래, 발밑을 내려다보지 말자.' 멀리 대구시내를 바라봤다. 놀이공원의 시끄러움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속으로 외쳤다. "그래. 좋다. 창공 속으로 새처럼 멋지게 비상하자."

주먹을 꽉 쥐고 두 발을 박차고 드디어 허공 속으로 몸을 날렸다. 이내 몸은 수직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번지점프줄이 두 발목을 확 잡아채는 느낌이 든다. "살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몸이 다시 솟구친다. 비로소 거꾸로 매달린 눈에 주위 경치가 들어온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박수소리도 들린다.

초경량비행기를 탈 때도 패러글라이딩을 탈 때도 이만큼은 두렵지 않았다. 발을 디디고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지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지점프는 기댈 것도 없고 붙잡을 것도 없다.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려 거미처럼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안전장비를 풀 때까지 20초쯤 걸렸을까? 두렵고 절박하고 아찔했던 기분은 어느새 편안하고 즐겁고 후련한 기분으로 변한다. "해냈다!"는 자신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덤이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번지점프 뛴다면 어디서?

C&우방랜드 번지점프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허리와 발목 등 원하는 부위에 안전장비를 착용할 수 있지만 발목에 착용하는 것이 더 스릴이 넘친다. 가격은 2만~3만 원(자유이용권 지참시 1만 5천~2만 5천 원). 내달부터 매일 선착순 50명까지 1만 5천 원(자유이용권 1만 원)에 추락의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다. 053)620-0340.

전국에는 10여 개의 번지점프장이 있다. 더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의 짜릿함을 원한다면 청풍문화재단지 건너편 충주호에 한국에서 가장 높은 62m의 번지점프장이 있고 포항 비학산 번지점프장도 50m이다. 철원 직탕폭포 앞 태봉교에는 유일하게 강으로 떨어지는 번지점프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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