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대구가 이겼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는 대구입니다." 27일 오후 8시 58분. 대회 유치 확정 문구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대형 전광판에 그려졌다. 승리의 순간! 전광판 아래 숨죽이고 있던 500명의 시민들이 환호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들고 있던 파란색 막대풍선을 터져라 두드렸다. 빨갛고 노란 폭죽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어떤 이는 깃발을 흔들었고, 그 리듬에 어떤 이는 몸을 흔들었다.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원을 만들어 돌고 또 돌았다. 승리를 기원하러 나온 중·고생들은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해냈다."고 환호했다.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만세 합창을 불렀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건 유치 확정 3시간 전부터였고, 그때부터 이미 승리는 대구의 것이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특설 무대에서 축하 리허설에 들어간 합창단, 록그룹, 풍물패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고, 공원 대형전광판을 통해 수원컵 청소년축구대회 경기가 중계되던 오후 7시부터 하나둘씩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세계육상 대구유치'라는 구호에 맞춰 1시간쯤 공원 주변을 돌았던 '대구시청 마라톤 클럽' 회원 김상발(49·감사관실 근무) 씨는 "당연히 된다."며 대회 유치를 확신했다.
그리고 승리의 순간, 시민들은 열광했다. 2시간 전부터 공원에 나와 공연과 축구 중계를 지켜봤다는 김정태(70·동구 신천동), 이인남(66·여) 씨 부부는 막대 풍선을 마주치며 "이제 대구의 재도약 길이 열렸다."고 기뻐했다.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대구 유치를 응원하기 위해 아들(11)과 함께 나왔다는 김정해(43·수성구 수성동)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구가 국제도시로 거듭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대구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는 자랑스런 일이었다. 대구 체육고에서 육상을 전공하는 강동호(18·중구 대신동) 군은 "열심히 운동해 4년 뒤 대구에서 펼쳐질 세계육상 경기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친구와 함께 시내에 나왔다 응원전에 동참하게 됐다는 임희창(17), 조수빈(17) 군도 "이젠 대구에서 많은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김수진(18·북구 고성동) 양은 "4년 뒤 대학생이 되면 자원봉사자로 국제육상경기대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번 대회 유치의 원동력은 '대구시민'이었다고 자축했다. 연인과 함께 나온 김종호(26·중구 남산동) 씨는 "이렇게 많은 대구시민들이 똘똘 뭉쳐 승리를 기원했는데 유치가 안 됐다면 이상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가 대구임을 온 세상에 알릴 멋진 기회가 왔다."며 기뻐했다. 김복남(70·여·중구 동인동) 씨는 "우리 대구시민의 근성이 이끈 힘"이라며 "대회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다는 사실에 큰 긍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4년 뒤 다가올 대회를 벌써 걱정하며 대구가 준비할 것이 많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장찬욱(25·달서구 이곡동) 씨는 "월드컵, 올림픽은 '한국'이 브랜드였지만 '대구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가 이끌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대구를 찾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막상 와서 보고 갈 것이 없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관광자원 개발에 무엇보다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경욱(48·수성구 수성2가) 씨는 "대구 시민들이 큰 대회를 준비할 만한 질서의식과 매너, 에티켓으로 무장해 '예의바르고 멋진 대구'를 선사해야 한다."며 "그동안 대구시도 부족한 시설 인프라에 투자하고 대구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자원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김태진·정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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