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경주방폐장 지원문제를 두고 시끄럽다. 급기야 일국의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하등 시끄러울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담처럼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다급했던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길 간곡히 충고하는 바이다. 그러면 시끄러울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께서 경주방폐장 지원과 관련하여 "정부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화를 내었다고 보도되었다. 아마도 보고를 정확히 받지 않은 모양이다. 한건 위주의 일처리에는 바쁘고 뒷일은 내팽개쳐버리는 이 나라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이 제대로 알려져, 국정의 최고책임자께서도 사태의 본말을 정확히 알고 계셨으면 싶다.
방폐장문제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할 말이 많고 누구보다 처음과 끝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2005년 3월 초순 개최된 경북도내 시장·군수회의에서 당시 이의근 지사께서 방폐장유치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니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우리 경북에 유치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제안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방폐장유치가 뜨거운 감자인지라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을 때다. 평소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던 터이라 포항시장이었던 필자는 "제가 총대(?)를 메겠습니다"라면서 이튿날 전격적으로 포항시의 유치선언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 정말 다행스럽게도 경주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치를 선언하게 되었고, 영덕, 울진, 군산 등지에서도 그토록 꺼려했던 방폐장유치가 서로 하겠다는 경쟁적인 분위기로 반전되어 오늘날의 결실이 있게 된 것이다.
경주로 최종 낙점돼 19년 동안이나 끌어왔던 국책사업이 해결되기까지에는 당시 산자부장관이었던 L모 장관과 중앙정부 역시 많은 수고를 하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일등 공신은 삭발까지 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백상승 경주시장을 비롯한 경주의 지도층과 사상 유례 없는 단결된 힘을 보여 주었던 위대한 경주시민이라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물겨운 사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찬란한 신라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문화도시인 경주가 오죽하면 방폐장 유치에 나섰겠는가. 오로지 지역발전의 일념으로 똘똘 뭉친 그 정성이 눈물겹지도 아니한가. 이 정부는 경주 시민에게 고맙게 여기고 정말 잘 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한 약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착하디착한 국민들은 공인이 한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힘없고 약한 국민들은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른다. 어디 감히 중앙정부를 사기꾼으로 매도할 꿈이라도 꾸겠는가. 하루 빨리 청와대에서 함께 모여 당시 관계자들의 녹음테이프를 틀어보길 바란다. 먹고사는 경제문제보다도 나라를 지키는 국방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신의라고 공자선생님께서 강조하신 것만 보아도 나라를 경영하는 공직자들은 목숨까지 걸고서라도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할 것임을 새삼 피부로 느낀다.
독일 격언에 '전기가 모든 것을 만든다.(Strom macht alles)'는 말이 있다. 만약 전력생산이 멈춰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각 발전소마다 내구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곧 발전용량의 한계를 넘게 될 것인데 방폐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모두 겸허한 자세로 뒤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탠다면 방폐장 유치선언으로 인하여 필자 개인이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은 차치하고서라도 중앙정부에서 포항과 영덕지역에 한 공적인 약속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싶다. 탈락지역도 섭섭지 않게 해줄 터이니 지역현안사업을 건의하라는 중앙정부의 요청에 수천 억 원에 가까운 지역사업들을 건의한 포항, 영덕, 군산시에도 군색(?)하지 않게 지원해 주면 참 모양이 좋을 것 같다. 지금 여러 어르신들 생각은 어떠하신지 매우 궁금합니다.
정장식 대구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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