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011 세계육상' 이제 시작이다

어제 저녁, 오랜만에 동료들과 소주를 한잔했다. 모임 그 자체는 즐거웠지만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치 여부가 곧 결정되는 순간이어서 표현은 못했지만 관심은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 9시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유치 결정을 확인했다.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격 그 자체였다. 술 한잔 하는 즐거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었다면 기대와는 달리 주변이 너무 고요했다는 점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이 총력을 기울여 대구 유치에 성공은 했지만 시민의 협조 없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대회 유치는 복잡다단한 국내외 정황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이 우리에게 준 최근의 감동에 이은 또 하나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또 여러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구시가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아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대구시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의 개최 직후 곧장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대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심은 냉정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몰이해와 무관심도 대회의 유치 전략에 장애물이 되었다. 사연이야 많겠지만 대회 유치에 비협조적이었던 지원업체들도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구시민은 세계육상연맹(IAAF)의 실사에 맞춰 유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한 점이 이번 대회의 유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구 시민들은 4년 뒤인 2011년에 UN 회원국보다 많은 210여 개 나라들로부터 3천여 명의 건각들을 맞이하고, 65억여 명이 TV를 통해 대구시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대구시와 시민들은 IAAF에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은 물론 마케팅 전략, 미디어 전략, 홍보 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 또한 선수촌과 미디어센터 등과 같은 직간접적인 인프라의 구성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육상과 관련한 인프라의 구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점도 물론이다.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최근의 국제대회가 그러하듯 2011년 대회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취약점을 최소화했으면 하는 것이다. 즉, 국제스포츠대회의 상업화에 따른 비인간화의 허점을 더 이상 드러내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다. 이번 대회만은 상업성에 찌든 스포츠제전에서 벗어나 스포츠 그 자체에 보다 관심을 집중했으면 한다.

체육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회 유치는 우리의 취약 종목인 육상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스포츠의 세계적인 제전인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가 성공리에 개최되었다는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스포츠의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또 우리의 대학들이 아직도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홍보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육상부의 육성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도 자각해야 한다. 육상, 체조, 수영 등과 같은 기초 종목의 육성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신선한 가치가 있고, 이를 소중히 다룰 의무가 우리에게 있으며, 이 기회에 스포츠선진국의 대열에 우리도 참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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