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대구시와 대회 유치위원회가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회 유치의 일등공신은 역시 대구시민들이다. 육상이 인기 없는 스포츠인 데다 정부의 지원조차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구시민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와 유치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역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로 남에게 보여주는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올 법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세계육상대회 유치를 지지했다. 지난달 IAAF의 대구월드컵경기장 실사 때는 1만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성원을 보내는 등 대구의 약점으로 지적된 육상 열기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대구시와 유치위원회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치밀한 준비로 유치 성공을 이끌어냈다. 우선 김범일 시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정무부시장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대회유치 노력은 민선 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침체된 대구의 분위기를 바꾸고 대구의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대회유치가 더욱 절실했기 때문이다.
김 시장과 함께 2005년 유치위원회가 창립되면서 위원장을 맡은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은 고향 대구를 위해 큰일을 했다. 유 위원장은 자신의 직책에 부담감을 보이면서도 화려한 외교관 경력을 바탕으로 육상대회가 열리는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집행이사들을 만나 대구의 유치 의지를 알렸다. 또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 열린 대구국제육상대회 때는 많은 집행이사들이 대구를 방문하도록 주선하고, 이들이 대구를 지지하도록 정성을 기울여 대접했다.
또 외부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회 유치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은 박정기 IAAF 집행이사다. 대구공고, 육사 출신으로 1991년 IAAF 집행이사에 당선된 후 4선째 집행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최일선에서 세계 각국의 집행이사들을 만나 유치 작업을 했다. 그는 대구시장과 유치위원장에게 누가 된다는 이유로 단 한 차례도 공식선상에서 인터뷰를 하지 않는 등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미덕을 보였다.
박상하 유치위 상임 고문은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주역으로 이번 대회 유치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피에르 바이스 IAAF 사무총장 등과의 폭넓은 친분을 바탕으로 수차례 모나코의 IAAF 본부를 방문, 대구에 필요한 정보들을 캐내왔다. 그는 또 대구시나 유치위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뒤에서 챙겼고 대구가 U대회 잉여금으로 개런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명분도 제공했다.
지역 경제계와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지역 경제계는 대구은행이 10억 원을 기탁하는 등 21억 4천500만 원의 유치 후원금을 전달했다. 지역 정치권은 국회에서 유치 지원 특위를 만들어 대구의 유치 활동을 지원했고 유럽을 방문, 홍보 활동도 펼쳤다. 지역 경제계의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과 이화언 대구은행장, 대구시의회 장경훈 의장·송세달 의원, 국회 박종근·주호영·박찬석 의원은 몸바사에서 유치 대표단으로 활동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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