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포스텍 야산 '멧돼지 공포'

탕! 탕! 27일 오전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뒤편 야산에서 총성이 울렸다. 이어 "잡았다!"는 환호성이 들렸고 이내 엽사들이 멧돼지 2마리를 들고 내려왔다.

"멧돼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완전소탕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을 졸이며 멧돼지 포획현장 인근을 지키던 포스텍 양영선 총무팀장은 "한편으론 안쓰럽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며 최근 1개월여 동안 멧돼지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지내느라 입이 마를 지경이었다고 했다.

사냥개 5마리까지 대동해 현장에 투입된 이상명(48·포항 기계면)·김홍준(52·포항 대신동) 씨 등 4명의 엽사와 야생동물보호협회원 등으로 구성된 '전담포획팀'이 활동에 나선 것은 포스텍 교정을 둘러싸고 있는 양학산 일대에 멧돼지 8, 9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연구진과 학생 및 포스코 주택단지 주민들을 위협하면서 이곳을 공포분위기로 몰아 넣었기 때문.

당초 대학 관계자들은 며칠 저러다 말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밤시간 가속기연구소 진입로 주변에 떼지어 나와 조경수 주변을 마구 파헤쳐 놓기도 하고 괴성을 지르며 연구소 일대를 배회하는 통에 학생 등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대학 측은 하는 수 없이 시청에 해결책을 호소했다.

시청에서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연일읍 유강리∼포스텍∼포스코 주택단지에 이르는 구간과 시청∼양학동 터널 절개지 구간 등에 최소한 10여 마리가 설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날 이 씨 등 자원봉사 엽사들을 투입, 2시간여 만에 새끼 멧돼지 2마리를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작전기간'을 다음달 14일까지로 정한 사냥꾼들은 최단시간 내 모두 잡아내겠다고 투지를 보였다.

시청 담당자 최숙희 씨는 "현실적으로 생포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아 앞으로도 첫날 두마리처럼 총으로 사살하거나 사냥개로 포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멧돼지 포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양학산 등산은 자제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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