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군의관 시절, 간단한 발치감자 몇 개만 달랑 들고 GOP부대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 병사가 심한 치통으로 인해 며칠을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심하게 썩어버린 어금니가 보였다. 조금 복잡한 과정의 치료를 시간을 가지고 몇 차례 시행한다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의 환경은 병사의 동의를 받고 치아를 뽑아 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진료방법을 선택했다.
오늘날 치과 의료기술의 발전은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다 자연스럽게 되는 것으로, 더 예쁘게 보이는 방법으로, 혹은 기능을 항상시키는 방법도 있다. 필요한 여건들이 갖춰지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아진다. 환자의 필요를 충족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때로는 과격한 수술로, 혹은 보존적인 처치로 서로 다른 치료법이 선택되어질 수가 있게 됐다.
대부분의 시술은 고통을 수반하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가 있다. 대부분의 약들은 원하지 않는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생길 수도 있는 나쁜 경우를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추천되고 선택되는 시술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지 의사 자신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믿음이다. 신뢰의 바탕 위에 병의원이 있고, 의사가 있다.
치과의사 윤리강령에는 진료방법의 선택은 영리적 동기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의원에 더 많은 이윤을 준다는 이유로 시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치과의사의 윤리이다. 단위 시간에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생산성의 개념으로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영기법으로 병의원을 운영해 더 많은 환자를 유인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환자가 알선되고, 더 많은 이윤을 내는 시술을 선호해 광고를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병의원은 공익에 기초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산업화라는 자본논리로 무장하고 상업적 경영방법으로 운영돼 열대지방에서 난로를 판매하는 뛰어난 영업활동을 하게 된다면 의료기술은 인술에서 상술로 전락한다.
우리가 수많은 병원을 지나쳐 특정 병의원에 가게 되는 것은 그곳에서 나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고 영리를 추구하는 '꾼'으로 인식된다면 진료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장사만 남게 된다. 의료행위가 인술이 되는 것은 의사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의 공익적 개념보다는 상업적 개념이 더 우선되어져 있다. 자본의 논리 위에 개정 의료법이 만들어지려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통용돼 온 인술로서의 공익성이 무시되고 배척됐다고 생각된다. 의료기술은 인술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동료들은 버스를 타고 과천으로 갔다. 그리고 나도 동참했다. '밥그릇 챙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성진(최진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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