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빗장 풀린 병원광고…의료계도 '양육강식'

기존의 의료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의료법이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의료계의 치열한 광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광고 허용은 상업화를 부추겨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고,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뀐 의료법의 광고 관련 조항의 핵심은 기존의 '포지티브'(광고 가능한 것만 명시)에서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국민건강에 위해(危害)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빗장이 풀린 셈이다.

의료광고 완화로 인해 이전부터 광고 등 마케팅에 투자를 해 온 프랜차이즈나 네트워크 의원들과 전문병원들은 물론 광고를 거의 하지 않던 대학병원까지 광고전략 짜기에 나서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대중매체는 물론 지하철, 옥외 광고판, KTX 역사 등에 병원 이미지 광고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섭 홍보팀장은 "병원PR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홍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프랜차이즈 성형외과 원장은 "광고 규제가 풀리면 의료계에도 약육강식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다른 원장들과 협의해 지금보다 광고 예산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고 했다.

대구경북병원회는 서울의 대학병원들과 대규모 전문병원들이 공격적인 광고 공세를 펼 경우 지역 환자들의 역외 유출이 심화될 것을 우려, 공동 홍보 및 광고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북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6) 원장은 "의료기관들의 과다한 광고경쟁으로 인한 비용 지출은 결국 소비자인 환자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또한 광고를 할 형편이 안 되는 동네의원들은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동로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의학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디스크, 수술 않고 치료' 같은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어떻게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형원 복지부 의료정책팀 주무관은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하고 처벌이 강화되기 때문에 허위나 과장 광고는 걸러질 것"이라고 했다.

개정 의료법(제46조 2항)에 따른 의료광고의 금지항목은 ▷평가되지 않은 신 의료기술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다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하는 내용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광고 ▷의료인의 기능, 진료방법과 관련해 심각한 부작용 등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 근거 없는 내용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해 기사 또는 전문가 의견형태로 표현되는 광고 등 10여 개다. 또 거의 모든 대중매체의 의료광고를 제한하던 종전과 달리 '방송법에 의한 방송(TV, 라디오)' 광고만을 규제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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