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의 밀레니엄 특집 설문조사에서 '지난 1천년간 가장 위대한 경제인'으로 꼽힌 사람은 마쓰시타 전기 창업주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였다. 생전에 '기업 경영의 신(神)'으로 존경받았던 마쓰시타가 오늘날에도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쓰시타는 가세가 기울어 9세 때 학교를 중퇴했는데다 1년에 절반은 누워 있어야 될 정도의 약골이었다. 여러모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경영 철학만큼은 남달랐다. 미국발 大恐慌(대공황)의 한파가 일본에까지 불어닥쳤던 1929년, 마쓰시타는 종업원들 앞에서 선언했다. "근무를 반나절로 줄인다. 매주 이틀은 휴무다. 생산도 반으로 줄인다." 직원들은 해고와 임금 삭감을 떠올리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사장은 월급 전액 지급을 약속했다. 놀라운 파격이었다. 감동한 직원들은 죽기살기로 판매에 나섰고 공장은 두 달만에 정상으로 돌아섰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이자 세계적 다국적 기업으로 우뚝 선 마쓰시타(松下)전기의 성장사는 '인재 중시'의 경영 이념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27일, 마쓰시타전기가 또 하나 파격을 선언해 화제다. 23개 계열사의 전체 직원 7만 6천 명 중 사무직 3만 명을 대상으로 오는 4월부터 在宅(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2001년 니혼IBM, 작년엔 NEC가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체가 사무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연평균 73만 명씩 줄어들만큼 심각한 저출산과 그에 따른 인재 확보난이 주된 이유다. 육아나 간병 등으로 정상 근무가 힘든 사원에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소와 함께 인재 확보 효과도 기대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마쓰시타의 사무직 직원은 평소 근무태도에 문제가 없는 한 주 1, 2일 정도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람을 중시하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면면히 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오는 11월엔 니혼 휴렛팩커드도 5천600명의 전 사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라한다. 일본사회에 불기 시작한 재택근무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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