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송가, 이런 사람 꼭 있다

대구교통방송(TBN, 103.9MHz) '달리는 라디오 교통방송입니다' 코너를 맡고 있는 정희경 작가가 들려주는 '이런 사람 꼭 있다'. 방송가에는 별의별 희안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시청자나 청취자로서 참여할 수도 있고, 교통방송은 특성상 갖가지 교통제보를 하는 운전자들로 항상 전화가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와중에도 실소를 머금케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런 경우다.

1. 상품에 눈이 멀어 번호이동은 기본, 명의도용까지 일삼는 간 큰 청취자 =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되요. 매번 통화중이네요." 방송에 참여하고 싶어도 도무지 연결이 안된다며 아우성치는 청취자가 한 둘이 아닌데, 퀴즈를 비롯한 청취자 참여코너에 단골로 연결되는 청취자가 있다. 정말 이상하다. 급기야 "그 사람 너무 자주 하는 거 아닙니까?",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까?"라는 항의까지 빗발친다.

해당 청취자에게 양해를 구해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 무슨 마약 같다나 뭐래나 하면서 참여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사람 전화번호로 참여하지를 않나, 주소와 목소리를 똑같은데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작진은 심히 괴로울 수 밖에. 프로그램 진행자가 "퀴즈 정답 아시는 분, 지금 전화주십시요."라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벨이 울리면 제작진은 그저 받을 뿐인데.

2. 큰 소리 뻥뻥치면서 걱정 붙들어 매라더니, 'on air'(방송 중) 등만 켜지면 꽁꽁 얼어버리는 출연자 =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제 전공분야라니까요. 시간요? 걱정 마십시오. 각 질문당 1분이면 되죠?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너무 길면 지겹거든요. 맞죠?" 정말 섭외가 잘됐다고 생각하며 모든 제작진, 마음 푹 놓고 '오늘 방송, 출연자 덕에 살겠네.'라고 안심하던 순간. '방송 중' 불이 켜지자마자 꽁꽁 얼어버리는 출연자. 아무리 진행자가 옆에서 분위기를 살리려고 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뗀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출연자지만 직접 방송을 해보지 않고서는 판별불가. 눈 흘기는 PD를 외면하며 혼자서 하는 말, "섭외는 정말 힘들어."

3.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가운(?) 경험 = "거기 지금 상담 중이죠?"라는 청취자의 전화 문의에, "예? 아닌데요. 저희 방송은 지금 노래 나가고 있는데요."라고 답한다. 청취자도 끈질기다. "그럴리가요? 저는 하루 종일 붙박이여서 한 방송만 듣거든요. 거기 교통방송 맞습니까?" "예, 교통방송은 맞는데요, 저희 상담 프로그램은 오전에 벌써 끝났거든요." 어떻게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전화는 우리 쪽으로 걸 수 있는지 궁금하다. 설핏 기분이 나쁘려다가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니지. 우리 번호를 기억하고 있잖아.' 무의식 중에도 우리 번호를 기억해 준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일. 잊을만 하면 한번씩 등장하는 반가운 손님이다.

* 드라마 속 '이런 사람(장면) 꼭 있다' - 베스트 7

1. 변해가는 여자를 보며 "이러는 거, 너 답지 않아."라고 말하면 여자는 이렇게 답한다. "나다운 게 어떤 건데?"

2. 임신한 사실은 꼭 입덧으로 알고 , 입덧을 할 때도 과장된 장면이 연출된다.

3. 택시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주인공은 손만 흔들면 택시가 나타난다. 택시에서 내릴 때 돈도 안낸다.

4. 여자들이 울어도 화장이 전혀 안번진다. 심지어 자기 전에 색조화장 위에 스킨 바른다.

5. 운전하던 중 전화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유턴을 한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는 물론 없다.

6. 자신을 배신한 남자의 아기를 항상 낳아 키운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 아기는 내 아이야."

7.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찾아헤맬 때, 같은 곳에 있으면서 반드시 반대쪽으로 뛰어간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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