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의 작가 샨사의 신작 '알렉산더의 연인'은 영웅 알렉산더와 그를 사랑한 아마존 여전사 알레스트리아의 이야기이다. 그리스에서 페르시아, 인도, 이집트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전설이 된 영웅 알렉산더. 그러나 소설 속 알렉산더는 자신의 아버지 필립포스의 창녀이자, 동료들의 연인이었고, 그 어머니 올림피아스의 희망이었다. 알렉산더는 치유할 수 없는 고독에 휩싸여 있었고, 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끝없이 진군했으며, 폭군이 됐다.
아마존 여전사 알레스트리아.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 남자의 존재를 파괴해야 할 적으로만 바라볼 줄 아는 전사였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이 시공을 초월해 만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도 전작 측천무후와 마찬가지로 샨사 특유의 시적 언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측천무후가 정치적 암투와 음모라는 남성 사회에 살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성이듯, 알렉산더 역시 어쩔 수 없는 여성이다. 어떤 면에서 샨사가 그려낸 알렉산더는 남성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하고, 둘 다가 아니기도 하다. 남성을 사랑하고 여성을 사랑하고, 남성의 창녀가 되기도 하고, 남성을 창녀처럼 대하기도 한다.
알렉산더가 진군하는 시간만큼 제국은 불어났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사람들이 나와 무릎을 꿇고 선물을 바쳤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도로가 생겼고, 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샨사가 말하는 알렉산더의 제국 건설과 정복은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의 영광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보다는 꺼지지 않는 고독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제국의 영토가 늘어나도, 누구나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도 알렉산더의 고독은 가시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고독을 잊기 위해 동쪽으로 말을 달렸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났던 여전사 알레스트리아를 만났다. 이렇게 만난 태양과 달은 운명의 끝을 향해 질주한다.
이 소설은 한 인간에 대한 대서사인 만큼 사람살이에 등장하기 마련인 모든 관념들이 동원된다. 남성성과 여성성,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 눈물과 웃음, 만남과 이별, 배신과 충성, 불과 얼음, 태양과 달, 서양과 동양.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는 이 모든 요소들을 대표하거나 대표하는 인물들을 만난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고저나 갈등, 정점이나 이야기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심리와 사랑이 지배한다. 그 심리와 사랑 역시 구체적이지 않고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많은 이야기를 담았을지 몰라도, 독자가 이야기를 손에 쥐기는 무척 어렵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샨사의 화려한 필력과 휘발성 강한 이미지들뿐이다. 정돈되지 못한 이미지들이 샨사의 손끝에서 춤을 추다가 명멸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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