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영국 런던에서 잉글랜드와 이스라엘 대표팀의 유로2008 예선전이 열렸다. 관심가는 대목은 경기 장소인 웸블리 스타디움. 2000년 10월 독일과 잉글랜드의 평가전을 끝으로 재건축에 들어간 유서깊은 웸블리 구장에서 7년 만에 다시 경기가 열렸으나 비교적 약한 이스라엘과 0대0으로 비겨 논란을 낳고 있다.
웸블리 구장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와도 다름없는 곳이다.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내세워줄 만한 역사는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유일한 월드컵 우승 경력이 1966년에 이곳에서 만들어졌고 해마다 FA컵 결승전이 치러지던 곳이었다.
그러나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구단에게는 웸블리의 개장이 반갑지 않아 보인다. 아스날은 6만명 규모의 에미레이츠 구장을 신축, 이번 시즌부터 사용하고 있고 맨체스터 시티는 2003년 구장을 현대식으로 증축했다. 현재 이들 구장의 규모는 웸블리를 제외하면 잉글랜드 축구전용구장 중 규모면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1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위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새로운 구장을 선보이면서 두 구단은 보다 많은 팬을 수용하기 원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국제 경기를 유치해서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대도 깔려 있었다.
과거에는 구단이 구장을 지을 때 홈팀에게 유리한 시설을 많이 갖추었지만 에미레이츠 구장과 맨시티 구장에서는 양 팀이 거의 동일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나 맨시티 구장은 홈팀과 원정팀이 사용하는 락커룸이 똑같은 규모와 구조로 되어 있고 두 팀 모두 각각의 실내 연습장을 사용할 수 있다. 설계부터 홈팀이 참여하지 않는 경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 구장에서는 개축 이후 각종 국제 경기가 열리고 있으며, 에미레이츠 구장은 지난 달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경기를 유치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최대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인 웸블리 구장이 재개장되면 이들 두 구장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 전망이다.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구장은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구장으로 선수, 관중, 기자 등에게 대부분이 최대 규모이자 최신식인 고급 시설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웸블리에서 열릴 다음 경기는 5월19일의 FA컵 결승전이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겨루게 될 것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장에서 다시 축제를 즐긴다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겠지만, 익숙지 않은 제3의 지역에서 상대를 만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스탬포드 브릿지에 색채 전문가와 심리학자의 자문을 받아 '패배자의 방'을 꾸며놓은 첼시와 올드 트래포드에 상대팀보다 10배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놓은 맨유 중 누가 홈구장을 더 그리워하게 될 지 궁금하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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