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잔치는 시작됐다.
27일 멀리 아프리카 케냐의 몸바사에서 시작된 잔치는 앞으로 꼭 4년 5개월 뒤인 2011년 8월 27일부터 9일간으로 이어져 '대구, 한국(Daegu, Korea)'이라는 단어를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아로새기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사실 이번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는 '240만 대구시민의 승리'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언론 등의 홀대 속에 대구시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일궈낸 값진 승리라는 얘기다.
대구가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뛰어든 최근 몇 개월 동안을 돌이켜보면 유치경쟁 도시인 모스크바와 브리즈번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여론과 더 힘든 싸움을 벌였던 같다.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월드컵 등 여러 국제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기자의 기억에는 큰 국제행사를 유치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데도 또 이처럼 홀대와 악의적인 여론에 시달린 적도 없는 듯하다.
막바지에 이르러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있기는 했지만,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친 대구시의 간청에 가까운 요구에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유도 있겠지만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 등 재벌기업이 앞장서 평창을 지원하고 나섰을 때, 대구시는 어느 기업의 후원도 받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는 유치단 고위 관계자가 "최악의 경우, 후원사 없이도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말까지 해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가혹했던 것은 소위 전국지라고 불리는 서울지역 언론사들의 침묵에 가까운 외면과 네티즌들의 暴言(폭언)이었다. 대구시민들이 합심해 대회유치를 위해 뛰는데도 평가절하하거나 오히려 '대구의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의 유치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보도가 빈발했다. 심지어 개최가 결정되던 당일인 27일의 경우에도 동계올림픽 결정 D-100일이라는 평창 관련 특집 기사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왜곡된 분위기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냈음에도 악플러(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하여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의 댓글을 즐겨 올리는 사람)에겐 오히려 좋은 먹잇감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라는 도시가 네티즌들에게 전국 어떤 도시보다 惡評(악평)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군사 독재정권의 본산이라는 과거 사실과 함께 잇단 대형사고에 따른 汚名(오명)일 터이다. 또한 이러한 평가의 뒤편에는 '대구' 혹은 '경상도'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정치적 색채와 기질의 보수성 등 여러 가지 '事實(사실)'과 막무가내적인 '偏見(편견)'이 섞여 있음도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더없는 축하를 받아야 할 자리에서도 입에도 담지 못할, 저주의 댓글들이 적지 않다면 비록 그들이 네티즌 사이에서도 비난받는 'X티즌'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원한 러시아 모스크바와 지명도가 높은 호주 브리즈번을 제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보니 국내에서 더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꼴이 된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모적인 이야기는 이젠 거둬야 할 때다. 앞으로 대회 개막까지 남은 4년 5개월의 준비기간은 대구로서는 너무나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이끌어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의 지원, 스폰서 선정, 경기장 건설, 손님 맞이 준비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또한 이번 대회 유치를 계기로 대구는 변할 것이고 또 변해야 한다. 그런 만큼 대회 유치 당위성에 대한 국민들의 합심된 지원이 절대적이다. 세계적인 행사를 앞두고 지역 구분이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까닭이다.
잔칫상을 잘 차려 손님을 접대한 뒤, 온 국민이 함께 자축하며 축배를 들 그날까지 국민들의 진심어린 성원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덧붙여 대구에 이어 평창과 인천도 대회유치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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