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파전'. 우리나라 음식 중 이만큼 토속적으로 잘 어울리는 짝이 또 있을까. 酒黨(주당)이라면 막걸리를 보면 파전 생각이 나고, 파전을 보면 막걸리 생각에 목이 간질거려진다. 굳이 술꾼이 아니어도 요즘처럼 봄비 촉촉히 오는 날이면 퇴근길에 좋은 친구들과 톱톱하니 잘 익은 막걸리를 夕陽酒(석양주) 삼아 뜨끈한 파전에 세상사 얘깃거리를 곁들여 잠시 낭만에 빠져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문화가 퓨전(fusion)화 돼가고 있는 요즘, 음식 궁합도 과거의 틀에서 점점 벗어나는 경향이다. 와인의 대중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소주와 삼겹살, 막걸리와 파전, '배갈'과 탕수육 등의 기존 공식들이 깨어지는 식이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의 특성 때문일까, 갈수록'퓨전'''잡종(hybrid)'문화가 경쟁력을 키워가는 추세다. 우리 음식에 초점을 맞춰볼 때도 역시 그러하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보면 대개 불고기'잡채'비빔밥'김치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 특히 잡채와 비빔밥은 갖가지 재료가 뒤섞여 맛의 조화를 이루는 음식의 대표격이다.
하지만 불고기와 김치의 명성에도 불구, 아직도 지구촌에서'Korean Food'는 변방의 음식이다. 아시아 음식 중 중국'일본'인도 음식은 물론 태국'베트남 등의 음식도 이국적 별미로 인기가 높지만 한국 음식은 아직 소수의 마니아층에만 국한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뭔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살짝 이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지난 28일 NYT는 세계의 팬케이크 로 이탈리아의 야채 팬케이크, 북유럽의 시금치 팬케이크와 함께 한국 파전을 소개했다. 그것도 아침 때우기용의 간단한 팬케이크 수준이 아니라 定食(정식)용 팬케이크로서. 신문은 "야채와 해산물, 고기, 콩나물, 김치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넣어도 되는"쉽고 맛있는 요리로 소개했다, 약간의 연습과 요리가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만 있다면 주걱 없이도 뒤집을 수 있는 요리,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요리라고 위트넘치는 평도 했다. 인종 전시장 같은 뉴욕, 까다로운 뉴요커들에게 각양의 재료가 혼합된 파전이 인상적으로 비쳤다는 것이 재미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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