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날. 벌써 정해년의 4분의 1이 '후딱' 지나갔다. "아니 벌써!"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제대로 진척되고 있는가를 점검해봐야 할 때다. '작심 3일'이 된 것도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탄력이 붙으면서 잘 진행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실패한 것이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재도전하면 '작심 365일'에 성공할 수 있다. 작심 365일을 실천하는 현장의 모습을 돌아봤다.
#1. 지난 40여 년 동안 하루 1갑씩 담배를 피운 김순출(71) 할아버지. 요즘 김 할아버지는 가족들로부터 "최고!"란 찬사를 듣고 있다. 올 초부터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에 등록, 3개월이 되도록 담배를 끊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 "친구의 권유로 수십 년간 '친구'처럼 여겼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어요. 담배를 끊으니까 호주머니가 깨끗해진 게 가장 좋아요. 또 냄새가 나지 않으니 아내와 손자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2. 회사원 김지철(가명·38) 씨는 요즘 아내와 외동딸에게 한없이 '작은 남편' '작은 아빠'가 됐다. 올해에는 18년간 피워온 담배를 반드시 끊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1주일이 채 못 가 공약(空約)이 돼 가족들 볼 낯이 없어진 탓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면 물을 들이켜거나 사탕을 먹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금연에 실패했다. 궁색한 변명이지만 '그놈의 술자리'가 금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흡연자 10명 가운데 7명은 연초마다 "올해는 기어코 담배를 끊겠다."며 금연(禁煙)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매년 연초마다 담배 판매량도 뚝 떨어진다. 유명 편의점 경우 올 1월 1~8일 담배 판매량이 전달인 12월 평균보다 7.2% 줄어들었다. 담배 대신에 많이 택하곤 하는 껌, 사탕 매출은 20% 늘었다.
그러나 첫 주 이후부터는 담배 판매량이 전월 평균보다 4.2% 줄어드는 데 그치는 등 담배 판매량이 점차 회복세를 보여 얼마가지 않아 예전 판매량을 되찾는다. '작심삼일 금연'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며, 한편으로는 담배의 중독성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담배를 끊은 지 6개월이 지나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금연 성공률은 29.1%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나머지는 금연에 따른 스트레스(47.1%), 식사 후 또는 음주 시 흡연습관(27.7%), 주변의 유혹(16.5%), 금단현상(8.3%) 때문에 담배의 유혹을 떨쳐내는 데 실패하고 만다.
혼자서 금연에 도전하는 것보단 대구 각 구 보건소 등이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것이 성공률을 보다 높일 수 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 경우 지난해 2천689명이 금연클리닉에 등록, 35.5%인 955명이 6개월 이상 금연을 하는 데 성공했다.
올 들어서도 수성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는 924명이 등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고, 여성이 71명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든 김순출 할아버지처럼 3개월이 넘도록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한 사람이 참가자의 절반을 넘고 있다.
하루 적게는 1갑, 많게는 2갑씩을 태우며 흡연 경력 50년을 넘은 이원식(70)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담배를 물고 화장실에 갈 정도로 담배를 즐겼다."며 "3개월 동안 금연하니 기침이 나지 않아 좋다."고 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금연에 성공, '담배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이 할아버지의 얘기다. 보건소 직원으로 금연클리닉에 참가한 안철기(28) 씨도 "고등학교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끊으니 자고난 후 몸이 개운하다."며 "금연에 따른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푼다."고 했다.
수성구보건소가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은 무료인데다 서비스가 '고급 병원'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우선 금연 희망자를 상대로 개인별 상담과 등록카드를 작성한 뒤 체내 일산화탄소 축적량 검사와 혈압·폐기능 측정 등 금연 관련 건강검진을 한다. 여기에서 '골초' 여부가 가려진다. 이어 흡연자의 흡연량 및 건강상태에 따른 '맞춤형 금연 상담'이 이뤄진다. 또 흡연패치, 약물처방, 금연껌 등 금연보조제뿐 아니라 금연 욕구를 가라앉혀 주기 위해 금연 서약을 되새겨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수시로 보내주고 있다.
홍영숙 보건과장은 "금연을 하는 데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통상 금연 과정에서 서너 차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한 번 실패했다고 '영원한 실패'로 규정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