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아파트는 내가 확인!" 입주예정자 모임 늘어

'분양 광고와 다른 아파트 준공에 대한 분쟁'이 잇따르면서 건설 중인 아파트를 직접 감시하는 입주예정자들의 모임이 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삼삼오오 아파트 건설현장을 답사, 그 결과물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공유하는 등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이들은 공사 기간 동안 건설 과정을 지켜보고 시정 사항을 즉각·지속적으로 지적해 입주민 준공 검사 때 분통을 터뜨리는 뒤늦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2005년 3월 공사에 들어간 대구 달서구 유천동 P아파트. 올 12월 준공 예정인 이곳 입주예정자들은 착공과 동시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정 과정 등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시공사에 전달하고 있다. 실제 최근엔 야경을 돋보이게 하는 외부 조명 설치 약속까지 받아냈다. 입주예정자 박은정(32·여) 씨는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였는데 아파트 공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아 모니터링을 시작하게 됐다."며 "준공 예정일은 연말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7월 착공, 지난 1월 말 준공된 달서구 월성동의 H아파트 역시 입주예정자들이 시공업체와 협상을 통해 '입주민 요구사항 이행 합의문'을 만들어 냈다. 이들 역시 착공 후 5개월 만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사진행 상황 등을 공유해왔다는 것. 아파트의 윤곽이 드러나던 지난해 7월부터 주민들의 요구사항 등을 시공업체에 전달, 결국 이들은 조경, 도색, 안전 시설 등 주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입주민 박병규(46) 씨는 "한두 사람의 목소리로는 시공업체가 꿈쩍도 하지 않아 공사 현장에 플래카드를 내걸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홍보, 입주예정자들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의 아파트 공사 과정 모니터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공업체 측은 '아파트 건설현장이 공사 중이라 위험해 들어갈 수 없다.', '주민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논리를 앞세워 입주예정자들의 감시를 막기 일쑤기 때문. 이에 대해 업체들도 입주예정자들의 지나친 요구 탓에 공사 차질 등의 부작용이 불거진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설계도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문제가 전혀 없지만 예전과 달리 입주예정자들이 설계 변경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요구가 터져나와 공사비용이 초과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은 "아파트도 하나의 상품인 만큼 주민들 스스로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입주일을 앞두고 터져나오는 '리콜 광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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