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마드, 노마드

"城(성)을 쌓는 자 망하고, 성을 허무는 자 살아남는다."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지배했던 칭기즈칸의 통치 철학이다. 몽골의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나 유목민으로서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칭기즈칸이었지만 판단과 선택은 위대했다. 그는 保身策(보신책)으로 성을 쌓는 대신 외부로 통하는 길을 닦았다. 문맹 수준이었지만 눈과 귀는 활짝 열어 놓았다. 內戰(내전)을 서둘러 종식하고 바깥 세상으로 달려나가 역사를 뒤흔들었다.

그는 내부 발전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內生(내생) 변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요즘은 유목민 특유의 노마드(nomad'방랑자)로 이를 설명하지만 外生(외생) 변수를 이처럼 과감하게 받아들인 케이스는 흔치 않다.

엊그제 폭우 속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 유치에 성공한 일행이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 기쁨과 희열은 대구시민으로서 모처럼 맛보는 '엑스터시'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대구시민의 노마드 기질을 분명히 읽었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경제 침체의 원인을 주로 수도권 집중이나 지방 소외라는 내부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으려고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는 그런 발상을 일거에 깨뜨리는 쾌거였다.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 해결의 길이 너무도 많다는 새로운 사실을 경험한 것이다. '무기력한 도시'라는 절망 속에서 '방황'할 것이 아니라 외부의 더 큰 에너지를 찾아 '방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방랑자가 돼야 한다.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찾아나서야 한다. 그리고 방랑자가 갖추어야 할 첫째 덕목인 受容(수용)을 배워야 한다. 성을 쌓아서는 안 된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편협은 방랑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자승자박의 밧줄이다.

사실 우리 지역은 노마디즘과 관계가 깊다. 96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대구시의 '담장 허물기 사업'은 바로 노마디즘을 향한 첫걸음이 아니었던가. 이제 우리는 새로운 탈출구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또 다른 역량을 발견했다. 우리 스스로 문제 해결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모두 노마드의 기질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노마디즘 때문인가, 올해는 몽골에서 날아온 매캐한 黃砂(황사)가 왠지 신선하게 느껴진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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