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숨은 일꾼'

고객대표 1천여명중 대구 83명 활약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편안한 KTX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고객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TX(고속철도)가 1일로 개통 3주년을 맞았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전국에서 KTX를 이용하는 시민들 중 '고객대표' 1천162명을 선발, 이들로부터 받은 생생한 의견을 서비스 개선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 중 철도공사 대구지사에서 선발한 고객 대표는 83명.

"KTX 덕분에 주말부부가 가능하지요. 매주 월요일, 금요일 2차례 이용하는데 KTX로 지방근무의 어려움을 해소했습니다." 고객 대표 심형래(41) 씨는 KTX를 이용해 대구와 경기 안산의 집을 오간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교통수단인 KTX를 더욱 쾌적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심 씨는 "제 의견이 채택돼 개선이 되면 그 혜택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기대했다.

고객대표에게 돌아오는 활동비는 없다. 인센티브도 별로 없다. 단지 KTX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인 '무료 일꾼'일 뿐. 하지만 벌써 KTX의 개선사항을 수도 없이 내놓았다.

이어진(24·경북대 국어교육2) 씨는 "빠른 속도를 너무 홍보하다 보니 승하차 시간을 지나치게 단축했지만 KTX의 지연 사태는 반복되고 있다."며 "차라리 충분한 시간을 주고 출발·도착 시간을 정확히 하는 것이 고객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카페 '철도동호회' 회원이기도 한 김지윤(21·대구가톨릭대 정보통신공학1) 씨는 구미~대구를 통학하면서 철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KTX의 개선점을 몇 차례 철도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다 철도공사로부터 '고객대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 김 씨는 "우리가 KTX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며 "하지만 빠른 속도로 발생하는 각종 사고와 지연 때문에 고객의 외면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므로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KTX 고객대표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고 있다. 직접 겪은 각종 에피소드부터 친구, 동료로부터 전해들은 개선점을 모조리 공유하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 참여하게 되며 새로운 상품을 가장 먼저 체험하게 된다. 이에 따른 혜택은 활동실적에 따라 받게 되는 철도포인트와 할인권이 전부.

2월 고객대표 발대식 때 서비스 개선 모니터링 부문에서 1등 상을 받은 서승효(26·중구 남산동) 씨는 "동대구역 시설에 대한 불만사항을 모조리 적어냈는데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의견이 반영돼 개선되는 성취감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근아(45·여) 씨도 "서울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게 해주는 KTX를 사랑하기 때문에 고객대표를 맡은 것이 절로 신이 난다."며 웃었다.

이들 고객대표들은 직업도 다양하다. 교수, 교사, 학생, 공무원뿐만 아니라 경찰, 복지단체 대표, 가정주부까지. 그래서 더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석우현 철도공사 대구지사 고객대표 담당은 "KTX 고객들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고객 한 명 한 명을 보다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고객대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각종 시장조사, 설문조사, 서비스 평가 등을 통해 최고 인기있는 교통수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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