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광역시(대구, 부산, 울산)와 2개 도(경북, 경남 동부) 31개 시·군 국유림 26만ha의 관리를 맡고 있는 배영돈(56) 남부지방산림청장. 30년 정통 산림행정가인 배 청장도 봄철만 되면 유독 신경이 쓰이는 부문이 많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를 산불만해도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제철 만난 식목행사도 만만찮다. 특히 작년 12월 경기도에서 발생해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잣나무재선충병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산림청은 매년 4~5월이면 초비상이 걸린다. 녹화사업의 성공으로 언제부턴가 이맘 때면 산불이 잦기 때문이다.
"4월의 산은 메마르고 죽은 것 같지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산불로 다 태운다고 생각하면 미치죠. 복원하는 데만 몇십 년이 걸립니다. 엄청난 손실이죠."
올들어 남부산림청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은 울진과 봉화 등 총 7건. 산림 4.6ha가 피해를 입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산불 발생건수는 9건에 피해면적은 24ha 정도. 2001년 17건을 정점으로 2005년 9건, 2006년에는 7건으로 줄었다. 최근 효과적인 산불 진화를 위해 첨단장비인 산림지리정보시스템(FGIS)과 GPS, PDA를 결합한 '산불현장지위·행동프로그램'를 자체 개발, 3월 가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조만간 현장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 청장은 산불 방지와 함께 무계획 조림과 병충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산림을 미래 자원화하는 산림 본연의 몫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 성공했으나 나무를 심은 후 가꾸지 않아 숲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산불과 병충해로 고통당하는 숲이 많기 때문이다.
"1973년부터 시작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울창한 숲을 되찾는데 30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이제는 제2단계의 치산녹화가 필요합니다. 치산정책도 이제 '양'에서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산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죠."
배 청장의 사무실 한 벽면에는 유독 경상도 지역에 빨갛게 칠해져 있는 큼직한 지도가 걸려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별 감염지역을 표시해 둔 것이다. 2006년 말 현재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발생면적은 7천871ha. 이 중 남부산림청이 관할하고 있는 경·남북 지역에 7천436ha(국유림 457ha, 사유림 6천979ha)로 집중돼 있다. 경북지역은 대구를 비롯해 포항, 경주, 안동, 경산, 구미, 영천, 청도, 칠곡 등 9곳 1천157ha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됐다.
"발생지역 대부분이 고속도로와 국도 등 도로와 인접해 있어요. 인위적인 힘에 의해 확산됐다고 봐야 되겠죠."
배 청장은 항공예찰을 통해 위치를 확인한 후 방제단으로 하여금 고사목을 제거하는 한편 소나무 이동을 단속하고, 유관기관과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금강소나무와 송이 생산지인 울진과 영양, 봉화 지역으로의 확산을 어떻게 저지하느냐는 것.
"금강소나무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겠습니까. 또 송이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은 어떡하고요. 천만다행으로 잣나무림 9천800여ha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조사했지만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배 청장의 남은 정년은 3년 정도. 퇴임에 앞서 꼭 한 가지 이루어놓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금강소나무 후계림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꼭 보전해야 할 나뭅니다. 키가 30m를 훌쩍 넘어요. 또 얼마나 잘 생겼는대요. 그동안 20~40년 동안 통제돼 일반인은 볼 수 없었죠."
남부산림청은 지난해 7월 울진 서면 소광리와 봉화 춘양면 서벽리, 영덕 창수면 창수리, 영양 수비면 본신리 등 4개 지역 금강송 군락지를 전면 개방했다.
"산림공무원만 감상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싸여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원시림을 둘러 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이런 나무가 있었나'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남부산림청은 올 여름에도 이곳을 개방할 계획이다.
현재 금강송 후계림 조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돼 가고 있다. 지난해 조성 프로그램인 매뉴얼까지 만들었어요. 예산도 확보했다.
"울진 서면 소광리 등 3개소에 후계림을 조성할 계획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 중에 있습니다."
1977년 안동영림서를 시작으로 30년간 산림청에 몸담아온 배 청장. 산림청의 내일을 얘기하는 그에게서 산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묻어났다
"나무도 사람처럼 긴 정성을 들여 키워야 합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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