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FTA 위기를 기회로] ①'최대 피해' 축산업계

한우 점유율 40% '흔들'…경북 축산농 연 2500억 피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14개월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전국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경북지역 한우농가들의 시름이 크게 깊어졌다. 즉각적인 관세 철폐는 없다고 해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결국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완전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상 피해는?

한미 FTA 체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분야인 한우, 양돈, 낙농 등 축산 부문은 경북의 생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말 현재 도내 한우 사육두수는 43만 8천 두로, 전국 사육두수의 22.5%를 차지한다.

경상북도는 관세가 즉시 철폐될 경우 예상 피해액이 최소 5천400억 원에서 많게는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단계적 철폐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연간 2천500억 원대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현재 축산물 관세율은 쇠고기 40%, 돼지고기 25%, 닭고기 20%, 분유 36%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좀 더 정밀한 예상수치를 제시했다. 현재 40%인 수입 쇠고기 관세가 철폐될 경우 3조 원에 달하는 국내 한우 농가의 생산액은 연평균 2천400억 원 수준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쇠고기 최대 생산국으로 연간 생산량이 1천200만t에 달한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의 도매가격은 국산 대비 냉장육 44~60%, 냉동육 32~43% 수준.

이번 협정 타결로 쇠고기 실행관세 40%가 폐지되면 미국산 쇠고기 냉장육의 가격은 ㎏당 7천100원에서 7천 원으로, 냉동육은 ㎏당 4천800원에서 3천400원대로 떨어지게 된다.

쇠고기는 지금까지 한우와 수입육의 큰 가격차(2.6배)에도 불구하고 품질 차이 등으로 국내산이 4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한우시장은 당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수입육 시장도 호주 뉴질랜드 등의 물량이 상당 부분 미국산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입중단조치가 내려진 2003년 12월 이전의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란 얘기다. 풀을 먹이는 호주산과 달리 미국산은 우리 입맛을 겨냥해 일정 기간 사료를 먹여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돼지고기는 2천300억 원 규모의 생산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2005년 기준 6만 6천200여t으로 총 수입량의 22.6%를 차지했다. 200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미국산 수입 돼지고기 가격은 국산에 비해 54~77%에 불과하다. 여기에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산 삼겹살은 ㎏당 3천600여 원에서 2천9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는 미국산의 직접 수입도 문제지만 쇠고기 대체재 성격을 갖는 탓에 국내 돼지고기 수요 상당량이 수입 쇠고기로 몰려 돼지 생산농가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팀 유병규 연구위원은 "한미 FTA 체결로 농업 비중이 높은 경북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방안은?

경북도는 개방 확대에 대비한 축산부문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한우는 브랜드 육성 지원 확대와 암소 핵군조성, 공동 사육시설 설치로 품질 고급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경북 한우클러스터'가 있다. 일본 화우보다 낮고 믿을 수 있는 고급육을 한우클러스터를 통해 생산해 공급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우와 수입소 유통 구조를 차별화해 수입소가 한우로 둔갑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을 해나갈 방침이다.

돼지, 닭을 비롯한 다른 낙농은 시설 현대화 및 규모화로 질병 발생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나가면서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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