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들어 '최악 황사'…숨막힌 대구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발생한 1일 대구 시내 유원지와 놀이공원엔 행락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비행기 결항도 잇따랐다. 주말이면 인파가 넘쳐났던 대구 중구 동성로와 극장가, 백화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나마 외출을 한 시민들도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걸음을 재촉하는 등 황사를 피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1일 오후 4시 한때 미세먼지 농도 2천16μg/㎥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 대구의 유원지엔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벚꽃이 만발해 행락객으로 붐비던 대구 두류공원엔 평상시의 30%를 밑돌았으며 휴일이면 광장을 찾는 인라인 스케이터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팔공산과 대구 달성공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재영 달성공원 관리 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주말 1만 3천 여명의 시민들이 찾았지만 1일엔 황사 여파로 인해 7천 명에 그쳤다."고 전했으며, 팔공산 자연공원관리사무소 측은 "행락객의 숫자가 눈에 띌 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은 4월 첫 휴일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 개장 12주년 기념 이벤트를 준비, '입장객 몰이'를 기대했던 우방타워랜드는 주말에 비해 입장객 수가 20% 이상 줄어들어 울상을 지었다.

중구 동성로와 극장도 한산했다. 이날 오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일요일임에도 영화관객들이 많지 않았고, 동성로에도 쇼핑객들이 크게 줄었다. 이연나(26·여) 씨는 "대구에서 이렇게 심한 황사는 처음 겪어보는 것 같다."며 "별로 걸어다니지 않았는데도 눈이 따갑다."고 말했다.

휴일 가족단위 외식객으로 북적였던 대형음식점도 한산했다. 북구 태전동의 한 대형음식점 관계자는 "휴일 오후 시간대면 외식을 나온 가족들로 크게 붐볐는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대구백화점 앞 한 약국의 경우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약국 관계자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팔 일이 별로 없는데 오전 일찍부터 마스크를 사러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며 "도대체 얼마나 팔았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 문을 닫은 약국이 많아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한 커플은 "문을 닫은 약국이 많아 대구시립도서관에서 대구백화점 앞까지 걸어왔다."며 "기침이 심해 더 이상 데이트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비행기 결항도 잇따랐다. 1일 오후 7시 40분 대구발 방콕행 대한항공 657편이 뜨지 못했다. 제주에서 출발해 오후 4시 35분 대구 도착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1806편이 결항되는 등 대구로 도착 예정이었던 국내선 4대가 결항했고, 오후 5시 5분 제주도로 향할 대한항공 1809편이 접속결항으로 뜨지 못했다.

한편 2일 오전 현재 대구시내 각 병·의원의 경우, 황사에 따른 피해 환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했던 1일, 각 대학 병원에는 황사에 따른 기침 등의 환자는 거의 없었고, 2일 오전에도 일부 병·의원에서 소아환자가 늘긴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

병·의원 관계자들은 "황사 예보 이후, 피해를 우려한 시민들이 아이들과의 외출을 삼가면서 피해가 예상보다 적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상현·김태진·정현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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