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지난 주말 대구·경북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을 삼켰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해 봄이면 평소 들끓던 유원지는 물론 도심과 유통가는 한산했다.
모래먼지로 항공기는 결항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업종의 불량률이 평소보다 2, 3배 높아진다. 가히 '중국발 경제 쓰나미'로 불릴 만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1일 펴낸'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황사로 인한 피해액은 2002년 연간 5조 5천억 원에 달했고 이는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 1인당 12만 원씩 피해를 입은 셈.
학계 연구서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혜택을 보는 업종도 있겠지만 그 피해액이 2, 3년내 1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황사가 일으키는 비용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는 업종, 반기는 업종
황사는 일부 업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항공업계의 경우 결항에 따른 직접 손실은 물론 대형 비행기 한 대를 세척하는 데 300여만 원이 든다. 9명의 인원이 7, 8시간 약 6천ℓ의 물을 써가며 세척해야 할 정도.
대구공항에서만 1일 8편이 결항돼 항공사들은 수천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업종은 황사가 입지조건일 정도로 황사에 민감하다. 이들 업종은 황사가 심할 경우 평소보다 불량률이 2, 3배 높아지기도 한다는 것.
재래시장 상인들이나 택시기사, 축산농가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시민들은 아예 외출을 자제해 재래시장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축산농가들은 황사가 끝난 후 가축들에게 검역을 하고 예방주사 등을 맞혀야 한다.
그러나 황사를 반기는 업종도 있다. 가전제품 회사나 황사방지 제품관련사 등. LG전자는 올 1분기 '휘센' 공기청정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나 더 팔렸다. 삼성전자의 '하우젠'도 지난해 대비 70%나 판매량이 늘어났다. 웅진코웨이와 샤프 등도 30~40% 신장세.
지역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가도 전체 입장객 수는 평소보다 줄지만 황사 차단 마스크, 구강청정제, 세안제 등 황사 관련 상품으로 반짝 특수를 누린다.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겸비했다는 '3M 황사 마스크'는 2천300원이 넘는 꽤 비싼 값에도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또 약국도 마스크, 구강청정제 등의 매출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황보성 동아백화점 홍보담당은 "입장객 수는 평소보다 20~30% 줄기도 하지만 공기청정기 등 황사방지 관련 용품 매출은 4, 5배 폭증한다."고 밝혔다.
◆생활패턴을 바꾸는 황사
우리 나라 연간 황사 발생 일수는 1980년대 평균 3.9일에서 2000년 이후에는 평균 12.4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2002년 4월 8일 발생한 황사로 4천373개 학교가 휴교하고 164편의 항공기가 결항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시민들도 2000년대 들어 황사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1일 대구 시가지는 평소와 달리 차량이 막힘없이 질주할 수 있었을 정도로 한산했고 대형소매점 등 유통가에도 입장객들이 30~40%씩 줄었다.
황사에는 각종 공해물질이 많이 섞여 국민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한반도에 퍼지는 황사는 미세먼지 중심이어서 각종 안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 노약자나 어린이들의 건강피해도 막심하다. 이 때문에 휴일에 자주 가던 집 근처 시장나들이나 휴일 외식도 자제한다. 황사경보가 울리면 동네 약국에는 마스크가 동날 정도로 시민들은 이제 황사에 익숙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황사 때문에 청정한 공기·물 등 시민생활과 관련한 생활환경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황사를 기회로 삼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연구는 더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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