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눔

며칠 전 오래된 물건들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오는 아저씨가 옹기 단지 하나를 가지고 왔다. 얼핏 보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뭐 그런 옹기 기물이구나'라고 여겼지만, 거기에는 조금 흐려졌지만 흰 페인트 글씨의 한글로 '좀도리'라고 쓰여 있었다.

'좀도리'는 전라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으로 '쌀을 아낀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식량 절약을 위해 절미(節米) 운동을 할 때 사용한 절미 단지인 것이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어려웠던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이 밥을 짓기 전에 쌀 한 숟가락씩을 덜어 '절미'라고 쓴 이와 같은 단지에 넣고 아껴 춘궁기를 이웃과 함께 이겨냈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에서 실시하고 있는 범국민적인 '사랑의 좀도리 운동'은 바로 이런 어려웠던 시절의 지혜에서 출발하여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으로 이웃을 돕자는 의미에서 '좀도리'란 말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과도 상당하다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아껴서 이웃과 나누자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이름의 운동이다. 나에게는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지 못해 안달하는 좋은 이웃이 있다.

돌일과 조경을 하는(조각가) 가족인데, 서해 바닷가 근처 처가에서 장모님에게 얻어 온 해산물은 늘 우리 공동의 반찬이 되고 안주가 된다. 여가를 나누고, 걱정을 나누고, 희망을 나누고, 좋은 영화를 나누고, 아이들끼리는 우정을 나눈다. 참이웃이라 할 수 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남자 이상과 그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바구니가 남았다는 성경의 마가복음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심오한 기독교 교리 해석을 통하기 이전에 결국 각자 가진 것을 드러내어 서로서로 나누니 결국 넘칠 만큼 풍족하고 남음이 있을 정도라는 비유일 것이다.

나눔은 '나, 너, 우리'를 정녕 나와 너 그리고 우리답게 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만이 누리는 인간적인 고상한 행위인 것이다.

조현제(한옥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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