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아이 생각을 키우자)(18)스스로 하는 여유를 주라

이공계 학생들이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우리 선조들은 뼈를 깎는 중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여 왔기 때문에 책상머리에 않아 편하게 하는 일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는 지식기반사회로 그 틀이 무너져 "세계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하이테크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학생들이 입체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찾아보고, 고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은 방과 후에 성향이 같은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과제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살펴보면 저학년 때는 활발하게 조사 연구하다가 고학년에 갈수록 오히려 정적으로 변하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고학년이 될수록 부모는 방에서 볼펜을 쥐고 앉아 있는 것만이 옳은 공부라고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관념 때문에 가정에서는 학생이 놀러나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생을 좀 더 큰 안목으로 바라본다면 밖에서 일을 하거나, 조용히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일, 기능을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병주의 경우를 보자. 어머니는 학교에서 돌아온 병주를 보고 "학원에 갔다가 오늘 숙제를 다 해 놓고 놀아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병주는 학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숙제를 하면 놀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학원에서 숙제를 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틀에 박힌 생활을 하다 보니 여유가 전혀 없음을 병주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숙제가 없어서 공부할 게 없어요."라고 거짓말도 곧잘 하게 된다.

물론 숙제는 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와 터전을 제공해야만 한다. 매일 "숙제해라, 숙제해라."라고 요란하게 말하면 학생의 머리에 거짓말이 생기게 된다. 스스로 하기보다는 타성에 매여 시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학생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의 사고를 모른 채 학부모들은 학교에 와서 "선생님! 숙제를 많이 내주세요. 숙제가 없으면 공부를 안 합니다."라고 요구하게 된다.

학생들은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며, 후반기의 생활습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히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에 타성적으로 학원을 몇 군데 간다고 경쟁만 시킬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야 폭이 더 넓고 전문화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빨리빨리'보다는 '천천히, 넓고, 깊게' 하는 것이 세계 일류가 되는 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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