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정우 作 '부활2'

부활 2

이정우

봐라, 부활이다.

꽃이 피었다.

꽃이 봐 달라고

촛불같이 화안히 피었다.

"봐라, '나'다"라시며

부활하신 그분이 오셨다.

그분이 손바닥을 펴실 때

꽃들도 가슴팍을 폈다.

봐라, 꽃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부활이다.

신부님, 정말 꽃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가지 꺾어 들여다보고 둥치 베어 넘어뜨려도 꽃잎 한 장 안 나오는데, 해마다 이 환한 꽃잎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가 잠든 동안 "그분"이 오셔서 붙이고 가신 건 아닐까요. 그렇다고요? 그런데 그분은 왜 항상 보이지 않게 나타나시는 건가요. 나뭇잎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바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듯이, 부활하는 꽃을 보며 그분을 느껴야 한다고요? 그런데 신부님, 사람을 魂(혼)과 魄(백)으로 나눌 수 있듯이 꽃도 육체와 영혼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라면 생일마다 미역국 챙겨주시는 어머니처럼 어떻게 해마다 꽃들이 잊지 않고 찾아오겠습니까. 신부님이 보신 그 꽃은 목련인가 봅니다. 촛불을 닮은 꽃이 목련이니까요. 희디흰 목련은 언제나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보랏빛이 죽음의 빛이라면 흰빛은 생명의 빛. 그래서 신부님 부활절 제의가 보랏빛에서 흰빛으로 바뀌는 거로군요. "그분"이 "꽃"이듯 "빛"이 "그분"이겠지요. 이 단순한 진리. 진리 앞에선 그래서 이토록 시가 단순해집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지극한 마음으로 부활하신 "꽃"을 눈부시게 바라보는 일.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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