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이 드디어 오랜 세월 요구받아 오던 開放(개방)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어제 타결된 한미 FTA 협상에서 쌀 이외 모든 품목을 개방키로 한 것이다. 1990년대 초 UR(우루과이라운드)로 防波堤(방파제)를 상실하기 시작하고도 한'칠레 FTA 파고까지는 그런 대로 견뎌내던 우리 농업, 그 등허리에 마지막 한 올의 지푸라기가 얹히게 된 형상이다. 쌀 이외 特作(특작) 품목의 전국 최대 생산지이자 한우의 24%를 키워 그 분야에서도 전국 1위인 경북이 받는 타격은 특히 크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대책은 한마디로 "농민은 보호하되 농업은 모르겠다"는 쪽인 듯하다. 농가 소득이 줄면 보전해 주고, 폐업하면 보상하며, 轉業(전업)이 불가능한 농민에 대해서는 복지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어제 발표가 그 단적인 증거로 보인다. 대신 지금 농업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주로 지방정부들이다. 완전 개방이 유예된 앞으로의 10∼20년을 그 경쟁력 확보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한'칠레 FTA 이후에 또 발표된 중앙정부의 119조 원 투입 계획을 원용할 복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두렵다. UR협상에 맞춰 100조 원 이상을 투입한 적 있지만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는 탓이다. 10∼20년의 유예기간이란 것의 효능도 미심쩍다.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고령화 탓에 100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되고 10년 이상의 세월이 주어져 본들 그 유예가 끝날 즈음 농촌은 농촌대로 비어 있게 될 공산이 큰 탓이다. 물론 농업 살리는 노력을 그만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 반대로, 저런 사정까지 감안해 이번에야말로 실패 없고 실효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는 말이다. 이제 실책이 더 이상 되풀이돼도 좋을 여유조차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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